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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인증코드 등 하이테크 총동원 "가짜 양주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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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인증코드 등 하이테크 총동원 "가짜 양주를 잡아라"

입력
2007.05.2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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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회사 직원 안모(36)씨는 자칭 가짜양주 식별 전문가다. "전문가 왈(曰). 따기 전에 일단 흔들어요. 진짜는 거품이 금방 사라지고 가짜는 오래 남죠. 그리고 뒤집어요.

진짜는 타원형의 큰 물방울, 가짜는 자잘한 물방울이 뜹니다. 가짜는 진공포장이 안되거든요." 거래처와 양주를 마실 일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섭렵한 노하우다.

술자리마다 그럴싸한 논리와 현란한 재현으로 좌중을 압도하지만 그 역시 가짜양주를 들이키고 다음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던 '두통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의 마지막 비책은 A양주를 고르는 것. "하도 안 팔려서 가짜가 유통되지 않는 유일한 양주랍니다."

우스개소리처럼 들리지만 시중엔 가짜양주가 암암리에 퍼져 있다.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다는 얘기도 있다. 위조업체는 갈수록 정교화 조직화 추세다.

양주 회사들로선 '짝퉁 양주'가 큰 골칫거리다.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매출도 갉아먹는다. 그런 만큼 양주회사는 수년 전부터 3대 빗장으로 불리는 ▦가짜양주를 넣지 못하도록 병 입구에 끼우는 플라스틱의 키퍼 캡(2001년) ▦위ㆍ변조를 못하도록 라벨에 그려넣는 홀로그램(2002년) ▦병마개를 덮는 주석캡슐(2005년 국내 도입) 같은 최첨단 위조방지책을 속속 내놓았다.

그러나 주사기로 가짜 양주를 집어넣고, 값싼 중국산 가짜 홀로그램과 주석캡슐을 장착한 위조 업자에게 번번이 뚫리고 말았다.

양주에 DNA를 심어라

잠잠하던 '가짜양주와의 하이테크 대전(大戰)'이 이제 2라운드에 돌입했다. 각 양주업체는 지난 봄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위조방지 비법을 내놓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스카치블루 DNA시스템'을 이 달 말부터 도입한다고 28일 밝혔다. 식물에서 추출한 DNA잉크가 들어있는 라벨을 스카치블루 제품에 부착한 것이다.

양주와 함께 판매하는 판별용액을 라벨에 바르면 파란색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다시 물을 묻히면 파란색으로 돌아오는 DNA공학 접목형태의 위조방지 시스템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짜 양주라면 라벨도 가짜이므로 이렇게 색깔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라벨을 떼어내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를 라벨에 자외선(UV)인쇄 해 UV용 전등으로만 고유번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UV용 전등은 주점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로써 스카치블루는 DNA, 자외선, 홀로그램, 주석캡슐 등 4대 안전장치를 갖추게 된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12년과 17년산)는 지난 3월 인증시스템인 '예스코드'(YES Code)를 도입했다. 병 라벨 표면의 9자리 숫자 가운데 마지막 4자리를 병뚜껑 비닐에 동일하게 레이저로 박아놓아 두개가 일치하면 정품으로 보는 식이다.

병을 통째로 바꾸는 게 상책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 역시 윈저의 예스코드와 원리가 비슷한 '오케이 마크'라는 정품 인증 시스템을 채택한 제품(12년산)을 28일 내놓았다. 17년산은 다음달 중순 나온다.

하지만 정작 가짜양주를 막기 위한 회심의 역작은 따로 있다. 임페리얼은 기존의 잘록한 아래 부분을 직선형으로 과감히 바꾼 새로운 병을 선보였다. "위스키의 남성적인 특성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유호성 진로발렌타인스 홍보팀장은 "가짜양주 제조업자가 새로 나온 병을 수거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쫓아오는 위조업자를 따돌리는 방법 중 이만큼 확실한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달라진 병에 담긴 양주가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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