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은 28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27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양자 대화를 갖고 이라크내 치안 확보 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다. 바그다드의 미군 특별경계구역인 그린존 내 총리공관에서 이날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 양국간 대사급 회담은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대화에는 미측에서 라이언 크로커 주이라크 미국대사가, 이란측에선 하산 카제미 코미 주이라크 이란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여했고 이라크 정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번 대화는 미군이 걸프지역에서 해군 군사훈련을 시작했고 이란은 미국 간첩망을 적발했다며 미측에 강력 항의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때에 이뤄졌다.
회담을 마친 크로커 미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실무적인 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며 "이란이 '3자(이란ㆍ이라크ㆍ미국)간 안보 체계'를 확립하자는 제안을 해 왔으며 미국은 이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크로커 대사는 "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됐고, 이라크 정책에 대해 큰 범위에서 양국간 동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란이 이라크 내 저항세력에게 무기와 경제적 지원, 군사 훈련 등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직접적이고 특별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크로커 대사는 특히 이란의 행동 변화가 "원칙뿐 아니라 실천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란이 다음 회담을 제안했다"며 "이번 회담이 다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미 이란 대사도 "미국에게 이란이 새 군사 안보 체계 확립을 위해 이란이 이라크 군과 경찰을 훈련시키고 무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 회담이 언제 열릴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달 내에 이라크에서 열릴 것이라고 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 대변인 알리 알 다바그는 "오늘 회담은 진정성이 있었고 이라크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양국은 선의와 이해, 책임감을 갖고 회담에 임했다"고 대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양국을 교착상태로 몰고 간 상대국민 억류문제와 이란의 핵문제 등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 직원들을 인질로 잡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1980년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공식적 양자 대화를 거부해 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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