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사임할 예정인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여자친구 문제로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언론 탓을 일삼는 등 너절하게 행동함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장을 나눠먹던 ‘철의 카르텔’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은행 총재는 60년전 설립부터 지금까지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이 유럽의 동의를 얻어 미국인을 앉히는 방식으로 선임되어왔다. 반대급부로 유럽은 IMF 총재를 차지했다.
물론 현재로선 월포위츠의 후임 총재로 미국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G8 재무장관들이 19일 독일 포츠담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담에서 17일 사임을 발표한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후임을 종전 관례대로 미국이 지명한다는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촌 여기저기서 미국과 유럽의 낙하산만 허용하는 현재의 인선방식은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야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네오콘의 지주라는 거창한 평가에 어울리지 않는 월포위츠 총재의 후안무치한 언행이 더욱 화를 돋구고 있는 형국이다.
월포위츠 총재는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비이성적 감정들이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 어쩔 수 없이 물러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28일 전했다. 월포위츠는 또 “세계은행 이사회가 내가 신뢰 있고 도덕적으로 행동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다만) 그 시기에 여론이 너무 악화돼 있어 세계은행 총재로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적어도 의혹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백악관은 차기 세계은행 총재로 빌 프리스트 전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20개 국가그룹인 G20은 물론 미국 국내에서도 현재의 선임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G20 의장국인 남아공과 차기 의장국인 브라질은 26일 세계은행 총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임명하기로 한 약속을 준수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G20은 지난해 총회에서 세계은행과 IMF 총재의 선정이 국적 보다는 능력 위주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미 하원 재무위의 바니 프랭크 등 4명의 중진의원들도 월포위츠 사태로 인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인사의 기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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