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의 수성이냐, 해외 골리앗의 안방 점령이냐.’
국내 MP3 시장을 놓고 세계 1, 2위 업체와 그 동안 안방을 지켜온 토종브랜드 1, 2위 업체간 자존심을 건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외 4자간 대결의 포성은 세계 2위의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인 샌디스크가 상륙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울리고 있다. 세계 1위인 애플이 이미 내수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세계 2위의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인 샌디스크도 다음달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내 MP3 시장은 세계 1, 2위 글로벌 기업인 애플, 샌디스크와 국내 1, 2위인 삼성전자, 레인콤의 물고 물리는 혈전이 불가피해졌다.
샌디스크는 미국내 최대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로, 2005년에 MP3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미국에서 50~60달러대의 낮은 가격으로 MP3를 판매해 사업개시 3개월 만에 2위로 올라서는 등 기염을 토했다. 미국내 시장 점유율은 74%인 애플에 이어 9%를 차지하고 있다.
샌디스크는 6월중 MP3 주력제품군인 ‘산사’ 시리즈를 내놓으며 국내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 계획이다. 첫 선을 보일 제품들은 노트북 등에 간편하게 연결해 MP3 파일을 전송받을 수 있는 USB 형태의 ‘산사 익스프레스’와 미국에서 70달러에 판매된 ‘산사 C200’, 고급형인 ‘산사E200’ 등이다.
샌디스크는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을 펼친 애플과 달리 중저가형 제품으로 가격경쟁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샌디스크는 반도체 제조업체답게 MP3 플레이어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인 플래시 메모리를 직접 생산한다. 그만큼 반도체를 삼성전자에서 공급받는 애플과 달리 가격경쟁력이 높다. 또 조립은 중국 공장에서 하기 때문에 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
안방 수성에 비상이 걸린 토종 브랜드들은 20만원이 넘는 고가형 제품에서는 애플의 아이팟 시리즈와, 10만원대 중저가형 제품에서는 샌디스크의 산사 시리즈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형편이다.
샌디스크는 하반기에 LG전자와 손잡고 포터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제품은 PC에 연결해 영화 등 동영상 파일을 전송받은 뒤 들고 다니며 감상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이 10만원대 이하로 내려갈 전망이어서 레인콤, 코원 등 국내 PMP제품과 충돌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샌디스크가 저가전략을 펼치는데다, 개방적인 MP3 정책을 전개하는 것도 강점”이라며 “샌디스크는 SK텔레콤의 멜론, KTF의 도시락 등 다양한 서비스업체의 음원(音源)까지 지원할 계획이어서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안방업체들은 골리앗들의 대공세에 겉으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레인콤 관계자는 “샌디스크 제품의 가격이 낮아 어느 정도 호응은 있겠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애플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며 “애플의 점유율도 낮은 상황이어서 샌디스크도 낙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외국업체들의 경우 국내업체들처럼 대대적인 고객관리센터를 갖추기 힘들어 애프터서비스(AS)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샌디스크가 국내에 자리를 잡으려면 AS망 관리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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