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각종 신용카드 부가서비스에 금융감독 당국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면서 규제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큰 틀의 건전성 규제를 넘어 세세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2003년 카드 사태를 벌써 잊었냐”라는 당국의 질책에 “과거 감독 방식으로 다시 되돌아간 것이냐”고 업계가 맞받아치는 상황이다.
당국의 규제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은 올 2월 출시된 하나은행 마이웨이 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금감원이 “지하철, 버스를 탈 때마다 100원씩 깎아주는 교통할인 혜택이 부가서비스 경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마이웨이 카드는 2개월 만에 발급 중단됐고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던 2개사도 교통할인 기능을 신상품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 이 달 초 출시된 우리은행 V카드가 처음 도입한, 현금서비스에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혜택도 제동이 걸렸다. 7월부터는 ℓ당 최대 130원까지 하던 주유 할인ㆍ적립폭도 60~80원으로 대폭 축소된다.
행여 감독기관에 밉보일까봐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카드업계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A사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발급 심사를 강화해 부실 가능성이 적은 데다 각 사가 가진 여력 안에서 서비스를 차별화해 돈 되는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인데 이를 못하게 하는 건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부가서비스 경쟁으로 카드사의 수익은 조금 줄 수 있어도 건전성이 손상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당국은 카드대란을 잊었냐고 하는데 당시 카드사태의 근본 원인은 마케팅 경쟁이 아니라 무자격자에 대한 마구잡이 발급이었다”고 주장했다. 관리ㆍ감독은 회원자격 기준이나 한도부여 등 리스크 관리에 본질적인 요소에 집중하고 개별 회사의 특성을 무시한 상품ㆍ행사별 수익성 감독 등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형태에 대한 불만도 높다. C사 관계자는 “뚜렷한 규제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상품이 나온 뒤 ‘이건 문제다’라고 하면 제휴처 섭외나 전산개발, 광고준비 등에 들인 비용은 날릴 수밖에 없다”며 “H, W사 등은 실제 교통할인 혜택 홍보차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켜 광고를 찍었지만 사용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통신비, 쇼핑 할인 등도 어느날 ‘심하다’고 딴지를 걸까 우려된다”며 “이미 시중에 나온 상품을 강제로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당국이 경쟁을 못하게 함으로써 담합을 유도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 당국의 잇단 제동에 고객들도 불만이다. 한 카드 고객은 “왜 유가가 한창 오르는 시점에 세금은 그대로 두면서 카드사 할인폭만 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카드사 건전성만 중요하고 고객의 편의는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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