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 어헌(56ㆍ사진) 아일랜드 총리가 ‘테플론 총리’라는 별명답게 11년째 총리직을 이어가게 됐다.
24일 실시된 아일랜드 총선에서 어헌 총리가 이끄는 집권 중도우파 피어너 파일(운명의 용사들)당이 승리했다. 최종 개표 결과 피어너 파일은 총 166석의 아일랜드 의회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78석을 확보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이어 제1야당 피네 게일(아일랜드 인민)당이 51석, 좌파 노동당이 20석, 녹색당이 6석, 신페인당이 4석, 무소속 5석 등을 각각 차지했다.
이로써 비판과 스캔들이 좀처럼 달라붙지 않아 정계에서 끈질기게 생존한다고 해서 ‘테플론 총리’라는 별명이 붙은 어헌 총리는 1997, 2002년에 3연속 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어헌 총리는 1932~57년까지 7회 연속 총선에서 승리한 피어너 파일의 창당자 에몬 데벌레라에 이어 재임기간으로는 아일랜드 역사상 두 번째 최장수 총리다.
어헌 총리가 재임한 10년 동안 아일랜드는 서유럽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는 ‘켈틱 호랑이’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함께 북아일랜드에서 신구교 자치정부가 탄생할 수 있도록 평화협상을 성공적으로 중재하는 성과도 올렸다.
정치인 핏줄을 타고 난 어헌 총리는 26세 때인 77년 처음 의회에 입성했고 87∼91년 노동부 장관, 91∼94년 재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43세 때 집권 피어너 파일당 사상 최연소 당수로 선출돼 46세에 아일랜드 총리로 취임했다.
북아일랜드 평화 협상 중재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당 간 알력과 노조 분쟁을 조정하는 뛰어난 수완이 있다. 사교적인 그는 더블린의 동네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부인 미리암과는 헤어졌지만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 법에 따라 이혼은 하지 않았으며 두 명의 딸을 두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