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년 역사의 대만 국민당이 당 헌장에 대만을 중화민국과 함께 국호로 병기 표기하기로 함에 따라 대만 독립 문제 등 분단 현안이 내년 3월 총통 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는 26일 이러한 내용의 당장(黨章) 수정안을 국민당 간부회의가 의결, 내달 24일 전당 대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당장 제1장 총강 제2조 ‘국민당의 신조’ 조항에 “대만을 위주로 인민의 복리를 증진시킨다는 신념을 견결히 유지한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중화민족 전체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기존 문구는 그대로 유지됐다.
수정 작업에 참여한 한 인사는 “당장 수정은 국민당의 본토화(本土化ㆍ대만화)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국민당 비서장 우던이는 “대만화는 여당인 민진당의 독점물이 아니며 우리 역시 대만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결정은 통일도, 대만의 독립도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국민당은 이 두 목표를 옆으로 밀어두고 대만인들의 생활과 복지를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수정은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올 초부터 대만 독립 문제를 부각하면서 공기업의 명칭, 기념물에 대만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헌법개정을 추진하는데 따른 ‘방어성 맞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천 총통은 대만이라는 국호로 유엔 총회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상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천 총통은 연임 마지막 해를 시작하면서 대만 독립 관련 이슈를 끊임없이 생산, 레임덕을 최소화하면서 대만 독립 지향 세력을 결집중이다. 대만 독립에 반대해온 국민당은 이 문제가 내년 3월 총통 선거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 불이익을 볼 수 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장 개정은 여론 조사에서 민진당 셰창팅(謝長廷) 총통 후보를 15%이상 따돌리고 있는 국민당 총통 후보인 마잉주(馬英九) 전 주석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마 전 주석은 “우리는 한편으로 중화민국(국민당이 대륙에서 세웠던 국가)을 지키고, 한편으로는 대만을 안아야 한다”며 당장 개정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대만 일부 언론들은 국민당이 당장 수정 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을 지향한다는 문구도 삭제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국민당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6월 전당대회에서 통일 지향 당장에 대해 당원들이 어떤 입장을 표출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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