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자 대부분은 개점 후 장사가 잘 되기를 기대하며 들뜬 상태로 창업을 준비한다. 그러나 조금만 부주의하면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창업을 포기해야 하는 위험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점포선택, 임대차계약, 상권입지 선정, 인허가, 체인본사 선정, 인력 채용 등.
대형 PC방을 창업하려고 전직 은행원 유모(41)씨는 대학가에 점포를 구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데다 전에도 영업이 잘됐던 곳이라 의심 없이 계약을 하고 큰 돈을 들여 리모델링까지 했다.
그런데 유씨가 입주한 건물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정작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는데도, 인근 경쟁자들이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유씨는 7개월 이상 시간만 끌다가 문도 못 열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창업 초보자가 다른 곳보다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대학가 상권에 무턱대고 덤빈 결과였다.
임모(43)씨는 5평 규모의 테이크아웃 점포를 열기 위해 판매점을 인수했다. 자금이 부족했던 임씨는 카드대출까지 받았지만 상하수도 가스 시설 등 리모델링 비용 등으로 예산이 초과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지역이 도시개발계획 지역으로 지정돼 6개월 뒤부터는 철거가 시작됐다. 임씨는 제대로 장사를 해보지도 못하고 점포를 내놓아야 했다.
지방에서 팬시점을 창업했던 이모씨는 체인 본사의 부도로 오픈 6개월 만에 사업을 접은 사례다. 이씨가 창업을 하기 전부터 본사가 자금난으로 어렵고 어수선하다는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이씨는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이씨는 본사가 가맹점에 물건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자 자신이 직접 서울을 오가며 물건을 들여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창업은 전재산을 투자해야 하는 큰 일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창업 전에 흥분 상태이거나 막연한 불안에 휩싸여 있어 정작 냉정하게 챙겨야 할 것을 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창업 후에는 냉정해져서 매사에 부정적이 되기 쉽다.
창업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고려한다면 창업 전후의 마음가짐은 바뀌어야 한다. 창업 전에는 차분하고 냉정하며 객관적인 자세로 준비를 해야 한다. 반면 개업 후엔 일단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서 확신과 긍정적인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창업의 핵심은 ‘냉정 뒤에 열정’인 셈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www.changupx.com)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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