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태국 이민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탈북자 400여명이 조속한 한국행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한국행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인가?
와씬 티라베치안(59) 주한 태국 대사는 “노”라고 일축했다. “태국 정부는 이제까지 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를 한 명도 북한으로 되돌려 보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리 없으니 걱정 마세요.”
티라베치안 대사는 “400여명의 탈북자들이 아직도 수용소에 있는 것은 탈북자의 한국 행이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 뿐”이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자 한 명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선 양국 정부 뿐만 유엔난민기구(UNHCR)까지 관여하기 때문에 그 절차가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더구나 최근 탈북자들이 급증하면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티라베치안 대사는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태국으로 밀입국하는 탈북자의 수가 약 400명이었는데 작년엔 700명으로 거의 50%나 늘었다”며 “탈북자 관리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더 써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탈북자의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최근 북한과 국교를 재개한 미얀마나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 등 주변국에 비해 태국이 탈북자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태국으로 밀입국한 탈북자들은 한국과 태국 정부의 공동 신원조사에서 탈북자로 확인되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티라베치안 대사는 “탈북자가 일단 불법 이민자이기 때문에, 특히나 한반도의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할 때 최근 급격히 늘어난 탈북자는 태국의 치안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고 “북한의 눈치도 피할 수 없어서 탈북자 문제는 여전히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태국 정부의 ‘조용한 탈북자 정책’을 이해해 줄 것을 당부했다. 드러내 놓고 태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보호하며 한국으로 보내준다고 하면 너무 많은 탈북자가 몰려와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 인권관련 NGO들이 대사관에 찾아와 탈북자의 조속한 한국행을 요구하는 시위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북송시키지 않을 거니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에 따라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는 ‘조용히’ 탈북자를 돕고 있습니다. 이제껏 한 명의 탈북자도 북으로 보내지 않은 것처럼.”
그는 태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서 한국을 돕는 이유로 인도적 차원 뿐만 아니라 양국간에 도움을 주고 받은 과거 역사를 상기시켰다.
“태국이 2005년 12월 살인적인 쓰나미로 고통 받을 때 한국이 앞장서서 도움을 줘서 빨리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대다수 한국인이, 특히 젊은 층은 한국전쟁 때 한국을 돕기 위해 서방 국가들만 참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16개 참전국 중 아시아 국가로 필리핀과 태국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1만1,786명의 태국 군인이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그 중 134명이 전사했다”며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를 내년에 부산 유엔묘지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침 2008년은 한국과 태국이 수교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로, 1년 내내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릴 것이니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공동 학술 세미나, 우표 발행, 음악회, 전시회, 영화제 등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환방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티라베치안 대사는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일본 다음으로 태국에 관광객을 많이 보내는 관광국인데 수교 50주년인 2008년에는 더 많은 한국인이 태국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했다. 태국 방문 한국인은 2005년 90만명에서 2006년 113만명을 넘었고 올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4년 3월 부임 때부터 한국에 좋은 태국 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자칫 상업적 홍보로 보일까 대답하기 곤란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내달에는 태국 정부가 맛과 서비스, 내부 인테리어 등 까다로운 기준으로 공식 인증한 태국 식당 몇 군데를 발표할 예정이니,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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