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의혹의 눈길을 받았던 경찰이 자체 감찰결과를 발표하면서 스스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치욕을 겪고 있다.
이 사건은 재벌 회장의 범법 여부와 경찰의 재벌 봐주기, 활개치고 있는 조폭들에 대한 경찰의 묵인, 세 가지 의혹이 핵심이었다. '재벌-경찰-조폭'의 삼각커넥션을 도외시한 채 김 회장 구속으로 마무리하려 했던 경찰의 직위별ㆍ단계별 잘못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재벌과 경찰의 유착 여부, 경찰과 조폭의 공생 여부가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크게 만든 요소였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경찰과 조폭의 문제에도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했다. 뒤늦게 경찰이 책임자 사의표명이나 관련자 꼬리 자르기, 자체 감찰 등으로 허둥대는 모습이 딱하다. 후속 수사를 떠맡게 된 검찰은 경찰과 한화, 경찰과 조폭 간의 거래 의혹을 캐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경찰 고위간부들이 한화측으로부터 무차별 청탁성 전화를 받았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되는 과정에서 비위가 있었다. 서울경찰청과 남대문경찰서 간부들의 수사 지휘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런 감찰결과는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감사관실이 스스로 '외압과 금품수수 여부'를 거론하면서, 자체 조사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대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자체 감찰결과를 존중하지만 이 역시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 든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사건 관련 조폭 두목을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수사관의 '양심선언'이 불거지면서 일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일정을 앞당겨 급히 발표한 것부터 의구심이 생긴다.
서울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경찰청 수사부장과 남대문경찰서장 등이 중징계를 받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경찰 수사가 한 달 넘게 지연된 이유와 조폭과의 연관성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
우리 경찰의 수준이 아직도 이 정도이니 국민이 수사권 독립 주장에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검찰의 후속 수사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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