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삼국지의 중화주의·신화성 걷어내 폭넓은 자료 바탕 영웅들의 참모습 복원삼국지 강의 / 이중톈 지음ㆍ김성배 양휘웅 옮김 / 김영사 발행ㆍ471쪽ㆍ1만6,000원
천하삼분지책은 제갈량의 특허품일까. 조조는 포악하기만 한 영웅이었을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문학의 대중화에 힘쓰는 중국 샤먼대 이중톈(易中天) 교수가 <삼국지강의> 에서 내놓은 대답은 기존의 통념과 차이가 있다. 삼국지강의>
삼국시대 영웅 이야기를 다룬 연구서와 문학 작품이 많지만 저자는 이들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역사가, 작가의 정치적 입장이나 시대상황 혹은 민중의 염원에 따라 어지럽게 굴절돼왔다고 지적한다.
‘촉한정통론’을 내세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가 유비를 후덕한 영웅으로, 조조를 포악한 간웅으로 묘사한 반면 먀오웨 같은 역사학자는 <삼국지선주> 에서 진수의 정사를 근거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가 중화중심적 시각에 경사돼 있다고 몰아붙인 것 등이 그 좋은 보기다. 삼국지연의> 삼국지선주> 삼국지연의>
지은이는 영웅 이미지를 역사서에 기록된 ‘역사상의 이미지’, 소설과 희극 등 문예작품 속에 나타난 ‘문학상의 이미지’, 일반 민중의 마음 속에 있는 ‘민간의 이미지’로 나눠 분석한다. 이 세가지 이미지를 꼼꼼히 비교ㆍ환언ㆍ분석해야 영웅의 맨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책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조조를 살펴보자. 저자는 조조를 간사하고 교활하면서도 솔직하고 진실하며, 도량이 넓고 의심도 많은 ‘사랑스러운 간웅’으로 평가한다.
동탁의 청을 거절한 뒤 낙양을 도망쳐 고향 가는 길에 만난 친구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시킬 때는 냉혹하고 잔인하지만, ‘비첩과 예기들은 애쓰고 고생했으므로 내가 죽은 뒤에도 동작대에서 살게 하고, 여인네들은 한가할 때 한가하게 지내더라도 새끼 꼬는 법을 배우면 짚신이라도 팔 수 있을 것’이라며 시시콜콜한 유언을 남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좁쌀영감이다.
민간에서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으로 여긴 제갈량에 대해 그는 ‘신화성’을 걷어낸다. 손권과 유비의 연맹을 재촉, 조조에 대항토록 한 당대의 걸출한 정치가이자 외교가이지만, 군사전문가로 보기에는 능력이 미지수라는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로 알려진 적벽대전의 화공(火功)도 실상은 황개의 작품이고, 동풍을 빌린 것은 주유의 생각이었다. 조조-유비-손권이 정립(鼎立)하는 천하삼분지책도 제갈량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손권의 책사인 노숙이 내놓았던 조조-유표-손권 삼분책의 복제품이다.
역사서, 문예서 등 폭 넓은 자료를 살펴 실사구시적으로 인물의 면모를 밝힌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조조의 인간적인 면모를 과도하게 부각하고 <삼국지연의> 의 영웅 제갈량, 관우, 장비 등의 활약을 줄이거나 생략한 점이 불만인 독자라면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지은이의 유머러스한 글 솜씨를 즐겨도 좋겠다. 삼국지연의>
삼국시대 재사들이 군주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지은이는 ‘모두 원소가 우량주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곽가는 그를 깡통주라고 생각했으며, 모두가 유비를 깡통주라고 생각했을 때 제갈량은 그를 우량주라고 봤다’고 표현한다. 유비에 대해 저자는 ‘그의 능력 중 하나는 도망이고, 다른 하나는 잘 우는 것’이라고 묘사한다.
원제는 삼국을 품평한다는 뜻의 <품삼국(品三國)> . 인문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중국국영 CCTV의 교양프로그램 <백가강단> 에서 지은이가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백가강단> 품삼국(品三國)>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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