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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삼국지 강의 "적벽대전은 제갈량의 작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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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삼국지 강의 "적벽대전은 제갈량의 작품이 아니다"

입력
2007.05.2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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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삼국지의 중화주의·신화성 걷어내 폭넓은 자료 바탕 영웅들의 참모습 복원삼국지 강의 / 이중톈 지음ㆍ김성배 양휘웅 옮김 / 김영사 발행ㆍ471쪽ㆍ1만6,000원

천하삼분지책은 제갈량의 특허품일까. 조조는 포악하기만 한 영웅이었을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문학의 대중화에 힘쓰는 중국 샤먼대 이중톈(易中天) 교수가 <삼국지강의> 에서 내놓은 대답은 기존의 통념과 차이가 있다.

삼국시대 영웅 이야기를 다룬 연구서와 문학 작품이 많지만 저자는 이들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역사가, 작가의 정치적 입장이나 시대상황 혹은 민중의 염원에 따라 어지럽게 굴절돼왔다고 지적한다.

‘촉한정통론’을 내세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가 유비를 후덕한 영웅으로, 조조를 포악한 간웅으로 묘사한 반면 먀오웨 같은 역사학자는 <삼국지선주> 에서 진수의 정사를 근거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가 중화중심적 시각에 경사돼 있다고 몰아붙인 것 등이 그 좋은 보기다.

지은이는 영웅 이미지를 역사서에 기록된 ‘역사상의 이미지’, 소설과 희극 등 문예작품 속에 나타난 ‘문학상의 이미지’, 일반 민중의 마음 속에 있는 ‘민간의 이미지’로 나눠 분석한다. 이 세가지 이미지를 꼼꼼히 비교ㆍ환언ㆍ분석해야 영웅의 맨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책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조조를 살펴보자. 저자는 조조를 간사하고 교활하면서도 솔직하고 진실하며, 도량이 넓고 의심도 많은 ‘사랑스러운 간웅’으로 평가한다.

동탁의 청을 거절한 뒤 낙양을 도망쳐 고향 가는 길에 만난 친구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시킬 때는 냉혹하고 잔인하지만, ‘비첩과 예기들은 애쓰고 고생했으므로 내가 죽은 뒤에도 동작대에서 살게 하고, 여인네들은 한가할 때 한가하게 지내더라도 새끼 꼬는 법을 배우면 짚신이라도 팔 수 있을 것’이라며 시시콜콜한 유언을 남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좁쌀영감이다.

민간에서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으로 여긴 제갈량에 대해 그는 ‘신화성’을 걷어낸다. 손권과 유비의 연맹을 재촉, 조조에 대항토록 한 당대의 걸출한 정치가이자 외교가이지만, 군사전문가로 보기에는 능력이 미지수라는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로 알려진 적벽대전의 화공(火功)도 실상은 황개의 작품이고, 동풍을 빌린 것은 주유의 생각이었다. 조조-유비-손권이 정립(鼎立)하는 천하삼분지책도 제갈량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손권의 책사인 노숙이 내놓았던 조조-유표-손권 삼분책의 복제품이다.

역사서, 문예서 등 폭 넓은 자료를 살펴 실사구시적으로 인물의 면모를 밝힌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조조의 인간적인 면모를 과도하게 부각하고 <삼국지연의> 의 영웅 제갈량, 관우, 장비 등의 활약을 줄이거나 생략한 점이 불만인 독자라면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지은이의 유머러스한 글 솜씨를 즐겨도 좋겠다.

삼국시대 재사들이 군주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지은이는 ‘모두 원소가 우량주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곽가는 그를 깡통주라고 생각했으며, 모두가 유비를 깡통주라고 생각했을 때 제갈량은 그를 우량주라고 봤다’고 표현한다. 유비에 대해 저자는 ‘그의 능력 중 하나는 도망이고, 다른 하나는 잘 우는 것’이라고 묘사한다.

원제는 삼국을 품평한다는 뜻의 <품삼국(品三國)> . 인문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중국국영 CCTV의 교양프로그램 <백가강단> 에서 지은이가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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