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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가수 김장훈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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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가수 김장훈의 교훈

입력
2007.05.2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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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판과 더불어 하루, 한 달, 한 해를 산다. 벌써 스무 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니, 이 기간을 6번이나 반복한 나는 ‘출판의 달인’(?)이다. 그러나 나는 요즘 헛갈린다.

최근 타결된 한미 FTA협상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지금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척도는 효율성과 경쟁력이다. 지식경영을 모토로 한 출판계의 화두 역시 매출과 생산성이다. 생산성이 뭔가? 간단히 말하면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이익을 내자는 거다. 우리 출판사도 예외는 아니다. 전사원이 생산성 개념을 몸에 익히느라 몹시 바쁘다.

근데, 뭐지? 가슴과 머리 한 켠으로 살짝 밀려오는 이 허전함은?

최근 이 부족한 2%의 정체를 깨닫게 해준 사건이 있었다. 뉴스에서 접한 가수 김장훈 얘기다. 지난 9년 동안 그는 불우이웃을 위해 30억원을 기부해 왔다. 정작 자신은 보증금 5,000만원의 월세집에 살면서. 기자가 “왜 기부를 하냐”고 묻자 “배를 곯으면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느낌을 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단한 일을 했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덤덤하게 대꾸한다. “어디 제가 한 건가요. 제 콘서트에 온 팬들이 저를 통해서 한 거죠.” 김장훈은 음악을 통해 진정으로 대중과 소통할 줄 아는 존재다.

그를 통해 음악이, 삶이 순환하는 것이다. 출판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책을 통해 지식이, 삶이 들고나야 한다. 먼 훗날 내가 인터뷰 당할 일이 있다면, 그래서 기자가 “왜 책을 내느냐”고 물으면 “지식을 곯으면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느낌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할 때 “어디 제가 한 일인가요, 책을 쓰고 읽는, 저자와 독자가 우리 출판사를 통해서 한 일이지요.”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무리지어(衆) 사는(生) 존재다.

출판도 그렇다. 필자, 독자 없이는 출판사도 편집자도 존재할 근거가 없다. 개별 차원의 살 궁리인 생산성도 좋지만, 그보다는 출판계 전체가 함께 살 ‘생산능력’을 고민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필자도 살리고, 독자도 살리고, 출판인도 살리는, 진정한 생산의 힘 말이다.

유재건ㆍ그린비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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