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쿠호오여! 지쿠호오 이야기 / 오노 세츠코 지음ㆍ김병진 옮김 / 커뮤니티 출판사 발행ㆍ 256쪽ㆍ 1만8,000원
일본 규슈의 지쿠호오는 한 때 일본 석탄 생산량의 50% 이상을 생산했던 탄광촌이다. 우리로 말하자면 강원도 태백이나 사북 같은 곳을 연상하면 된다.
<지쿠호오여 ! 지쿠호오 이야기> 는 1800년대 중반 에도시대 말기에서부터 메이지, 다이쇼, 쇼와시대를 관통하는 지쿠호오 탄광지대 노동자들의 150여년 역사를 다루고 있다. 탄광 발견 전 지역 영주로부터의 수탈당하던 농민들의 고난사, 탄광 자본가들에 의한 강제노동과 착취, 쟁의로 맞서는 탄광 노동자들의 저항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지쿠호오여>
책의 앞부분에서는 ‘검은 다이아몬드’ 로까지 칭송되며 일본 근대화의 중요한 기간산업이었던 석탄산업이 일본 민중의 어떤 희생을 딛고 성장했는가, 뒷부분은 일제시대 어떤 식으로 일본인들이 식민지인 조선인들을 전쟁에 동원했고 수탈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 이야기도 아닌 지쿠호오의 역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지역이 일제시대 탄광에 따라 조선인 노동자가 절반에 이를 정도로 징용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 노동사에서 조선인 노동자, 농민, 그리고 탄광 노동자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피차별 부락민(백정 등 일본 내 천민계층)들이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이른바 ‘삼각동맹’ 을 맺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책의 의미가 만만하지 않다.
지은이인 오노 세츠코(81) 여사는 일본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지쿠호오 탄광들이 폐광된 197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서 탄광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펼쳐왔고 일본 군국주의 역사를 반성하는 ‘강제연행을 생각하는 모임’ 활동을 20년 이상 해온 양심적인 일본인이다.
그는 이야기 내용에 맞는 그림을 한 장씩 바꾸어 줄거리를 설명하는 일본 전통의 ‘그림연극’ 방식으로 이 지역의 역사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이 책은 그 그림연극을 위해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텍스트를 엮은 것이다.
‘일본인들은 침략자, 우리는 피해 민족’ 이라는 식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다면, 더 나아가 ‘일본과 한국의 평화적인 연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교재가 될 것 같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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