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적용 대상에 정부와 외국인간의 투자계약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는 수립ㆍ시행하는 조세정책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와 함께 자동차 분야에서 향후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세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세주권 침해 및 국회 입법권 훼손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25일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A4 용지 2,800쪽 분량의 국문ㆍ영문 협정문 및 부속서 등을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된 협정문 내용에 따르면 수입 물량이 급증할 경우 일시적으로 관세를 올려 국내 상품을 보호하는 양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동일상품 재발동 금지’ 조항이 삽입됐다.
이에 따라 감귤 닭고기 등 대부분의 과일 채소의 경우 한번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더 이상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다. 또 섬유 제품의 원산지 검증을 위해 섬유 수출업체는 사실상 미국의 ‘사전 통보 없는 현장조사’를 받게 됐다.
특히 정부는 한반도역외가공지역(OPZ) 지정 조건에 환경ㆍ노동 관련 ‘국제 규범’을 참조하도록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향후 북한 핵 사태가 해결되는 등 남북 관계에서 진전을 본다 해도 북한의 노동 조건이 국제규범을 만족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해 개성공단의 OPZ 지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 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영화관에서 비디오카메라 등으로 영화 촬영을 시도만 해도 미수범으로 처벌하고 ▦지적재산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온라인서비스 제공자가 지재권을 침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며 ▦의약품 의료기기 가격산정이나 급여와 관련된 주요 위원회 구성원의 명단을 공개한다는데 합의했다.
한미 양국은 협정문 공개에 이어 5월29일부터 6월6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와 관련된 법률 검토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한 회의를 갖는다.
워싱턴 회의에서 한미 양측은 최근 미국 측이 제기한 섬유 분야의 기술적 협의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재협상 논란과 관련, “미국이 아직까지 요청해오지 않았다”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협상 타결 52일만에 협정문을 공개한 것과 관련, 6월초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한 한미 FTA 종합분석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범국본은 “정부는 협정문 공개와 함께‘추가협의’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재협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재협상이 아니라 협상의 무효화”라고 주장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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