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와 관련, 지휘선상에 있던 서울경찰청장과 수사부장, 형사과장, 남대문 서장 등에게 청탁성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홍영기(51) 서울경찰청장이 25일 전격 사표를 내는 등 수사 지휘부가 줄줄이 사퇴하거나 직위해제 조치됐다. 더욱이 “외압 의혹을 불식하려면 검찰 수사가 더 적합하겠다”는 청와대 의견에 따라 로비 외압 및 늑장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경찰청 감사관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 전 청장은 사건 발생(3월 8일) 4일 뒤인 12일 장희곤 남대문 서장에게 전화해 내사 여부를 문의했으며, 같은 달 15~28일 2차례 한기민 서울청 형사과장에게 청탁성 전화를 했다. 3월 중순엔 홍 서울청장에게 전화해 직접 만나기도 했으며, 4월 18일과 23일 김학배 서울청 수사부장과도 통화했다.
감사관실은 또 범죄 장소가 3개 경찰서 관할에 걸쳐 있는 만큼, 대기업 총수가 폭력배를 동원해 납치극을 벌인 첩보를 입수한 광역수사대가 사건을 맡는 게 운영 규칙상 올바른데도 서울청이 정당한 사유 없이 남대문서로 이첩했다고 지적했다. 남대문서가 112 신고 현장조치를 소홀히 했으며 조폭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홍 서울청장은 이날 수사 혼선에 대한 지휘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강대원 전 남대문서 수사과장도 사표를 냈다. 경찰은 광역수사대의 사건 첩보를 남대문서에 이첩하도록 지시한 김 수사부장과 한 형사과장,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장 서장을 직위해제하고 중징계하기로 했다. 특히 김 수사부장과 장 서장에 대해선 한화 측으로부터의 금품수수 등 로비 의혹 부분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초동 수사를 소홀히 한 김환수 남대문서 태평로지구대장도 직위해제하고 징계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이상훈)는 이날 김 회장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기각했다. 김 회장 측은 “피해자와 합의 한데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돼 구속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영장 발부가 적합했고 계속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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