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50여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은 핵심 내용에서 이미 공개된 요약본과 큰 차이는 없지만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항 등 일부에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드러나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새로 드러난 내용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 및 횟수 제한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특별 세이프가드 대상인) 쇠고기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물량이 협정 발효 첫 해 27만 톤에서 해마다 6,000톤씩 늘려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15년차에는 35만4,000톤까지 늘어나도록 돼있다”며 “현재 국내 쇠고기 소비량(연평균 35만8,000톤)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전혀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반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도 “한 차례 밖에 발동할 수 없도록 횟수를 제한한 데다 발동 요건을 맞추기도 어려워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장은 “일반 세이프가드 발동횟수 제한은 우리나라에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대미 공산품 수출이 많아 FTA 발효이후 교역이 늘어날 때마다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FTA 체결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김상조 한성대(경제학부) 교수는 “금융 단기 세이프가드는 발동기간이 1년 이내로 제한된 데다, 미국인 재산 몰수 금지와 이중환율제 금지, 외환 규제로 국내에 묶인 자산의 운용 제약 금지 등의 조건들이 줄줄이 달려 있어 사실상 국내 시장 보호의 성격이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서비스 분야는 5년, 10년 후 거래방식에 대한 불확실성이 산업분야보다 크다”며 “현 수준에서 향후 예측 불가능한 사항에 대해 협정을 맺으면서 협상단이 리스크를 많이 보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덤핑 규제 등 무역구조 조치에 실효성있는 억제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찬성측 전문가조차 우려를 나타냈다.
정인교 인하대(경제학부) 교수는 “반덤핑 조치가 미국의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이를 조정하는 방편으로 실질적인 권한과 구속력이 없는 위원회 수준에서 느슨하게 협의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국가소송(ISD) 대상의 간접수용 범위에 ‘부동산 가격안정화정책’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 협정 시행 후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의 범위를 어떻게 한정 지을 것인가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민변 소속의 송기호 변호사는“협정문에는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 토지ㆍ주택거래 허가제, 개발부담금,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 강화 등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에 포함된다고 규정했지만, 결국 구체적인 판단은 중재판정 과정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향후 ISD의 적용과정에서 사례별로, 상황에 맞춰 판단을 내리게 될 경우 그 기준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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