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50여 일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공개된 것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논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전문가들에게는 협정 내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해졌다.
공개된 협정문은 큰 틀에서 보면 협상 타결 직후 발표됐던 내용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부 내용은 고의적으로 감추거나 축소했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없지 않다.
수입이 급증할 때 관세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양자 세이프가드를 1회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산 농산물의 유입을 막을 강력한 안전장치의 위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논란이 많은 투자자-국가제소(ISD)의 대상에 투자손실 뿐 아니라 투자계약까지 포함되고, 세금 역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처음 드러난 사실이다. 조세가 ISD의 대상이 된다면, 여러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파급 효과가 심각할 수 있다.
영화관에서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을 시도만 한 경우에도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부분은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 양자 간 분쟁절차 대상에서 우리가 강력히 요구해온 반덤핑 조항이 제외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2,700쪽의 방대한 협정문이 이제 막 공개된 만큼 그 정확한 평가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이뤄져도 늦지 않다. 평가 작업에는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반대 운동가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바란다.
협정문이 만천하에 공개된 이상 어느 쪽도 억지 논리를 펼 수 없게 됐다. 검증과 평가과정 자체가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작업이다.
한미 FTA는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정부가 신통상정책을 반영해야 한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 의회는 광우병 통제국가 판정을 계기로 쇠고기 수입에 대한 파상적 공세를 펴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가는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위기관리 능력과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을 통해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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