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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방과 후 학교] 성남 복정初 '북아트컨텐츠硏'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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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방과 후 학교] 성남 복정初 '북아트컨텐츠硏' 교육현장

입력
2007.05.2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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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복정초등학교 1학년3반 교실. 북아트컨텐츠연구소 소속 강사 곽계현(42ㆍ여)씨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전 시간에 우리가 만든 책이 뭐지?” 아이들이 대답했다. “파피루스요.”

곽씨의 질문은 이어졌다. “그럼 그 책은 언제 누가 만든 것일까?”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금세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 2,000년에 나일강에 살던 이집트 사람들이 만들었어요”라는 답변이 아이들 입에서 합창처럼 터져 나온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 에우메네스 왕, 필경사(筆耕士ㆍ글을 베껴 책을 만드는 사람) 등 초등학교 1학년이 이해하기 만만치 않은 용어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아이들은 교실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큰 소리로 답을 했다.

북아트컨텐츠연구소가 진행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책 만들며 놀자’의 수업 장면이다. 1학년 아이들에게 다소 어려운 내용이 아니냐는 질문에 곽씨는 “아이들은 스펀지와 비슷해요. 어려운 문제라도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어떻게 이해 시키느냐가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역사와 함께 떠나는 책 만들기

북아트컨텐츠연구소의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에 들어서면 눈에 확 띄는 게 있다. 기원전(BC) 3,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 200년으로 나눈 연표를 달아 놓은 ‘시대 줄’이다. 현재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책의 역사를 배우고, 직접 당시의 책을 만들어보는 시간표다.

24일 오후 복정초등학교 학생들은 BC 200년께 만들어진 양피지 책을 강사와 함께 재현했다. 양 가죽에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양피지 책과 재질이 비슷한 종이로 직접 책을 만든 것이다. 아이들은 ‘교과 필경사’가 돼 직접 교과서 한 부분을 필사해 기록을 남겼다.

수업에 참여한 윤진(7)양은 “필경사는 글도 예쁘게 써야 하고, 그림도 잘 그려야 해요. 그래야 남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잖아요”라며 책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다. 곽씨는 “아이들이 고대 선사시대의 점토판 책부터 현재의 전자책까지 책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면서 책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학문과 문화, 그리고 예술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스스로 배워간다”고 전했다.

●아날로그 교육으로 디지털 감성을 깨우다

북아트컨텐츠연구소의 프로그램은 ‘오감(五感) 교육’에 초점이 맞춰졌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흔히 쓰는 텔레비전과 컴퓨터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세계지도와 아이들 출석부, 교육 자료는 강사들이 제작한 것이다. 아이들은 점토판, 대나무, 골판지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여러 종류의 책을 만들고, 책 속의 내용도 직접 꾸민다. 이처럼 옛날식 교육을 고집하는 것은 아이들이 너무 일찍 잃어버린 감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복정초등학교 임미향(31ㆍ여)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텔레비전 등을 이용한 시청각 교육을 많이 받은 탓인지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향이 있다”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감성적으로 메마른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아날로그식 교육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어려운 단어를 금세 외우는가 하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여느 시청각 교육보다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게 복정초등학교 교사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북아트컨텐츠연구소는 디지털세대 아이들이 정통 아날로그식 교육을 받아 만든 책을 모아 미니 도서관도 꾸밀 계획이다.

성남=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 북아트컨텐츠연구소 "아이들 창작의 기쁨 맛보게"

북아트컨텐츠연구소는 2003년 경기 성남지역의 북아트 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북아트 실험 교실’에서 출발했다.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이 아니라 배우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예술문화 교육을 표방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한 제1회 창작 북아트 실험전에 ‘책 만들며 놀자’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교육사업에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로 북아트와 교육과정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다.

연구소는 당시 그 동안 미술과 책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 미술가들의 영역으로 인식돼 온 북아트를 예술문화 교육 뿐 아니라 일반 학교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교사를 위한 북아트 매뉴얼 제작’ 사업과 ‘방과후 학교 교사를 위한 북아트 워크숍’ 등 교육연구 분야에도 활발하게 참가해 저변을 넓혀 왔다.

지금도 다양한 강사 양성 프로그램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북아트가 유용한 학교 교육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곽계현(42ㆍ여) 대표는 “아이들이 배움을 즐거움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책 만들기를 통한 창작활동으로 스스로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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