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40km 가량 떨어진 작은 도시 '슬라우'에서는 2년 전 흥미로운 주민실험이 실시됐다. 심리학, 의학 등 전문가들이 제시한 10가지 행복수칙을 제시하고 자원자들이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BBC 방송의 4부작 다큐멘터리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로 방영돼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내용 중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많았다. 행복지수는 20대 초반에 가장 높았다가 42세쯤 바닥에 이르고 다시 상승해 예순 살에 최고조에 달했다. 가장 행복을 주는 단일행동은 섹스라는 사실과, 장애인과 일반인 행복지수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 등이 그렇다.
▦ 그러나 이 조사의 하이라이트는 인간의 행복과 불행이 남과의 비교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내가 100만원을 받는 대신 동료가 250만원을 받는 것과 내가 50만원을 받고 동료가 25만원을 받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자, 놀랍게도 대부분 후자를 선택했다.
절대적 액수보다 동료보다 많이 받는다는 우월감을 더 중시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 갈등 가운데 양극화가 폭발성이 높은 이슈로 심각하게 다뤄지는 이유도 절대적 빈곤보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속담과 통하는 이야기다.
▦ 삼성경제연구소가 성인 1,6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종합사회조사' 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절대적인 소득 수준보다는 남과 비교한 상대적인 소득 수준이 한국인의 행복도를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이런 결과는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다.
국가간 행복지수 평가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신경제학재단(NEF)이 세계 178개국의 행복지수 순위를 평가한 결과, 1위는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였다. 한국은 고작 102위에 머물렀다.
▦ 긍정심리학(행복학)의 창시자로 통하는 마틴 셀리그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난해 국내 강연에서 물질적 풍요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아이스크림에 빗대 설명했다. 아이스크림의 첫 맛은 달콤하지만 계속 먹다 보면 무덤덤해지듯이 물질적 풍요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BBC가 제시한 10가지 행복수칙 중 일부를 소개한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하라. 늘 좋았던 일을 떠올려라. TV 시청 시간을 반으로 줄여라. 남에게 미소를 지어라. 오래 못 본 친구에게 전화를 해라. 하루에 한번 흐드러지게 웃어라. 자신에게 선물을 해라.'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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