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추가로 확인된 합의 내용을 두고 득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양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재발동 금지 조항,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일부 내용이 문제 조항으로 거론되고 있다.
세이프가드
관세 철폐로 상대국의 제품 수입이 급증할 경우 일시적으로 관세를 올려 수입을 막는 양자 세이프가드에 ‘동일상품 재발동 금지’조항이 삽입됐다.
즉, 관세 철폐 기간 내에 오렌지 수입이 급증해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더 이상 세이프가드 조치는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미 공산품 수출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농산물도 횟수 제한이 없는 특별 세이프가드에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등 30개 민감품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닭고기, 계란, 감귤 등 대부분 과일ㆍ채소는 세이프가드 1회 발동에 해당해 실효성이 없다”며 “결국 효과도 미지수인 공산품을 팔아먹기 위해 농산물을 죽이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ISD의 대상에 협정상 의무 위반 뿐만 아니라 투자계약이 포함된 것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국가가 외국인 투자자와 맺은 투자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해도 ISD의 대상임을 규정한 조항으로, 현재 진행중인 인천 제2연육교 건설사업이 해당된다.
한미 양측은 또 조세가 수용에 해당할 경우 ISD를 적용하되 ISD 절차를 밟기 전에 한국 재정경제부와 미국 재무부가 먼저 협의를 하기로 했다.
조세정책이 ISD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조세는 일반적으로 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속서를 채택, 원칙적으로 조세는 협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강조했다.
섬유 수출업체 부담
우리에게 유리한 것으로 거론됐던 섬유 분야에서도 업체들의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은 섬유 원산지 검증을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해 사전예고 없이 공동으로 현장실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실사 대상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실사를 못하지만, 이로 인해 검증을 못할 경우 특혜관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출 섬유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사전예고 없는 현장실사가 의무사항이 돼버린 것이다.
국내 대미 섬유 수출업체들은 또 매년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제공할 기업 정보는 경영진 명단, 근로자수, 기계 대수 및 가동시간, 제품명세 및 생산능력, 납품기업 명단, 미국바이어 연락처 등이다.
통상교섭본부는 이에 대해 “연례 기업정보 제공에 따른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생산정보 작성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ㆍ반덤핑ㆍ자동차
한반도역외가공지역(OPZ) 지정 조건에 환경ㆍ노동 관련 ‘국제규범’을 참조토록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사실상 개성공단 OPZ 지정이 불가능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북한 지역의 일반적인 기준’도 함께 참조한다고 명시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덤핑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미 양국이 이를 양자분쟁해결기구에 의한 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점도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현행 배기량 기준세제를 완화해주고 향후 배기량 기준 세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약속해 준 점도 조세주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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