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개발했다는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가 오래 말썽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이 책이 연구 보고서(교과서 모형)라는 이유로 학교에는 배포하지 않고 시ㆍ도 교육청과 공공도서관, 교원연수원 등에만 1,500권을 배포했다.
반면 전경련은 원하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직접 배포 중이며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올려 누구나 바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
우선 인터넷에 파일로 띄우면 끝나는 시대에 학교에는 배포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처사는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또 정식 교과서가 아닌 교사용 참고자료라고는 하지만 법률적 자격을 갖추지 않은 단체가 임의로 배포하는 것도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일이 이렇게 우습게 꼬인 것은 교육부의 일 처리 방식이 근본적으로 틀렸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현행 고교 경제 교과서에 반기업적인 내용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부랴부랴 전경련과 교과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잘못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아무리 반시장주의 정서가 문제시되는 시점이었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와 공식으로 손을 잡는 것은 신중했어야 했다. 또 꼭 그래야 했다면 필진이나 자문위원 구성 등은 경제의 제반 측면을 종합적ㆍ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인사들로 꾸려서 처음부터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마땅했다.
이런 점을 소홀히 한 결과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으로부터 "친자본, 반노동 교과서"라는 비난을 받게 되자 교육부는 저자명에서 교육부를 삭제하고, 노동계의 시각을 반영한 읽기자료 10개를 부록 형태로 첨부했다.
방향 자체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식이다. 그나마 정식 교과서가 아닌 참고용 교재였던 만큼 이번 사태를 귀중한 경험으로 삼았으면 한다.
시류에 흔들리고 목소리 큰 세력에 밀리는 식으로 학생들이 보는 교재를 만드는 식이라면 무슨 백년대계를 논할 수 있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교육부 무용론이 자꾸 나오는데, 진짜 교과서를 만들 때는 정말 이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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