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만든 국내 첫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이 25일 진수(進水)된다. 이지스함 보유는 미국, 일본 등에 이어 한국이 세계 5번째다. 현존 전함 중 최강의 방어와 전투 능력을 평가 받는 이지스함 보유로 한국 해군은 해양 방위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 아테네에게 준 방패를 뜻한다. 그래서 방어 능력이 뛰어난 전투체계를 ‘이지스 전투체계’라 하고, 공격용 전함인 구축함에 첨단 레이더 시스템을 갖춰 출중한 방어력까지 구비했을 때 이지스함이라고 부른다.
최초 개발국인 미국은 1970년대부터 각종 전함에 이지스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6,700톤 규모의 ‘알레이 버크’ 급으로 대표되는 이지스 구축함만 현재 50척이다. 일본은 7,300톤 규모의 ‘곤고(金剛)’ 급 4척을 갖고 있다. 추가 도입 중인 ‘아타고(愛宕)’는 이보다 큰 7,700톤급이다. 이밖에 스페인, 노르웨이가 각각 4,600톤 급의 이지스함을 1척씩 갖고 있다.
2004년 9월 현대중공업이 개발에 나서 2년 8개월만에 선보이는 세종대왕함은 7,600톤 급이다. 미국의 알레이 버크 급 이지스함보다 배수량이 1,000톤 가까이 많다. 현재 일본이 운용 중인 곤고 급보다도 크다. 국산 이지스함의 제원을 두고 군사 마니아들은 벌써부터 이 배가 수직발사기(VLS) 등 무장 수준과 전투 능력에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전함이라고 입방아를 찧었다.
국산 무기도 적지 않게 장착된 세종대왕함의 제원을 보면 그런 평가가 빈 소리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방어체계에서 세종대왕함은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 대부분에 장착되어 있는 ‘SPY-1D’를 연안전 환경에 맞게 개량한 ‘SPY-1D(V)’를 채택했다. 최대 1,000㎞ 떨어져 있는 미사일의 탐지가 가능하고, 약 500㎞에서 근접하는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전자전 체계에는 미사일이나 함포 공격을 조기 경보하는 국산 소나타(SONATA)가 도입됐다.
공격체계로는 미사일은 물론 전투기와 구축함, 잠수함에 대비한 최신형 미사일이 128발이 수직발사기에 실린다. 주력은 MK 41 수직발사기에 장착된 SM-2 미사일이지만, 이 가운데는 국산 함대지 순항 미사일 ‘천룡(天龍)’ 32발과 대잠 미사일 ‘홍상어’ 16발도 포함되어 있다. 이지스 레이더에 잡힌 목표물을 약 150㎞에서 요격할 수 있다.
지상전 지원능력으로는 5인치 함포로 120㎞ 떨어진 거리에서 지상군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 국내 개발한 함대함 유도탄 ‘해성(海星)’은 150㎞ 떨어진 함정을 공격할 수 있다. 잠수함은 19㎞ 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한 홍상어가 맡는다. 근접 전투는 21발의 램 미사일과 30㎜ 기관포 ‘골키퍼’의 몫이다.
해군의 이지스함 개발은 일본과 중국이 해군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반쪽짜리 기동함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이미 이지스함 4척을 보유한 데다 최근 7,700톤급 신형 이지스함의 건조를 완료했다. 중국 역시 러시아제 소브레메니급 최신예 구축함을 포함한 대형 수상전투함 63척과 잠수함 69척 등을 보유하는 등 해군 전력이 막강하다. 해군은 세종대왕함 급 이지스함을 2012년까지 추가로 2척 더 건조할 계획이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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