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과 이듬해 독일 신경학자인 한스 G. 크로이츠펠트와 알폰스 M. 야콥이 각각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상한 질환을 보고했다. 경련을 비롯한 전신의 불수의운동과 급속한 진행성 치매를 주된 특징으로 하는 이 질환에 정신과의사인 보르터 슈필마이어는 '크로이츠펠트ㆍ야콥병(CJ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크로이츠펠트가 보고한 증세는 현재의 CJD와는 상당한 차이가 나서, 전혀 다른 신경질환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뇌조직이 스폰지처럼 변하는 것이 CJD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CJD는 '단백질성 감염성 입자'[Proteinaceous Infectious Particle(_on)], 즉 프리온(Prion)이
병원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달리 핵산(DNA, RNA)이 없는 프리온이 어떻게 증식하는지 등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동물 세포막에 존재하고 평소 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리온이 극히 안정된 구조로 바뀐 '변형 프리온'이 중추신경계에 쌓인 결과 회복불능의 신경장애를 부르며, '변형 프리온'은 소독약이나 자외선, 열에 두루 강해서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정도가 밝혀져 있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BSE)이 보고됐고, 90년대 중반에는 인간에게 옮겨지는 것도 확인됐다. 이 '인간 광우병'이 국내에 CJD의 악명을 알린 직접적 계기였다.
그러나 '인간 광우병'인 변형성 CJD(vCJD)는 전체 CJD의 작은 부분이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100만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나는 산발성 CJD, 유전에 의한 가족성 CJD가 대부분이며, 수혈이나 이식수술의 결과인 이식성 CJD도 늘고 있다. 통계적으로 산발성 CJD는 60~65세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반면 변형성 CJD는 20대 중반에 가장 많이 발병했다.
■ CJD는 수많은 죽음의 요인에 비하면 대단히 확률이 낮지만 일단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산발성 CJD는 발병 후 대개 4~5개월 사이에 죽음에 이르고, 변형성 CJD도 13~14개월에 죽는다. 어차피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발성 CJD나 핏줄의 숙명인 유전성 CJD는 몰라도, 이식성과 변형성 CJD는 조심하면 비켜갈 수 있다.
과학적 진실이 아직 완전하지도 않고, 만능일 수도 없고, 종종 엉뚱한 목적에 왜곡되기도 하지만, 그나마 최선의 지침은 과학이 제공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도 결국 과학에 의해 해소될 수 있을 뿐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