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분야에서 대선주자의 이념 지수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한 결과,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6(중도보수),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은 4(중도진보)라고 규정했다.
한미 관계와 남북 관계 정책 등에서 한나라당과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두 축으로 뚜렷하게 나뉘면서 차별성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일보가 24일 본보 대선보도 자문교수단과 함께 실시한 '대선주자 외교안보 정책 지상 청문회'에서 주요 주자 5명에게 자신의 외교안보 분야 이념ㆍ노선을 지수(0은 대단히 진보적ㆍ5는 중도ㆍ10은 대단히 보수적)로 나타내달라는 요청에 한나라당 주자 2명은 모두 6, 범여권 주자 3명은 모두 4라고 대답했다.
본보와 자문교수단이 외교안보 분야 설문에 대한 대선주자 5명의 답변을 분석ㆍ평가한 결과를 보수에서 진보 순으로 열거하면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 정 전 의장, 김 전 의장 순이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색깔 차이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정책 전반에서 대부분의 대선주자가 '중도'쪽으로 쏠렸던 것과는 대비된다.
본보가 지난해 12월 3일 실시한 '대선주자 정책 지상 청문회'에서 자신의 이념을 규정해 달라고 했을 때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5.5, 손 전 지사는 5, 김 전 의장은 4.25, 정 전 의장은 4라고 각각 대답했다.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 우선 해결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 반면에 중도진보를 표방한 범여권 주자들은 대체로 동북아시아 평화를 지향하는 한미동맹과 남북 협력 등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양대 대선주자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사이에도 정책적 차이가 적지 않게 드러났다. 대북 정책에서 이 전 시장은 철저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유연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박 전 대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는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면서 강경책을 주장했다.
현 정부의 대북 평화번영정책을 차기 정부에서 유지하느냐에 대해 이 전 시장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재검토해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박 전 대표는 "원칙 없는 대북 지원으로 일관하는 정책은 남북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므로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남북 관계에서는 공통점이 많았으나 한미 관계에서는 차이점을 보였다. 한미동맹에 대해 손 전 지사는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 전 의장은 '평화를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으로 새 출발해야 한다는 견해를 각각 밝혔으나 김 전 의장은 주한미군을 점차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분야 설문 작성과 평가에 참여한 박철희(서울대 국제대학원)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선주자 5명이 다른 정책 분야와 달리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중도 쏠림 현상이 적고 정책적 차별성을 드러냈다"면서 "한나라당 주자들과 범여권 주자들 사이에 시각 차가 뚜렷하지만 적대적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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