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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드는 밤] 금실 이어주는 초콜릿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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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드는 밤] 금실 이어주는 초콜릿 수프

입력
2007.05.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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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요즘 왜 그래? 애정이 식은 거 아냐? 일 때문에 힘들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며칠 전 나의 달라진 태도를 눈치 챘는지 그녀가 드디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그렇다. 요즘처럼 촬영 일정이 몰려 일 더미에 파묻혀 지내야 할 때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연애는 내게는 사치’라는 생각이 저절로 머리 속을 헤집는다. 대한민국 30대 남자에게 1년 넘게 사귄 애인이 살짝 귀찮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들 중 ‘일과의 전쟁이냐, 연인과의 줄다리기냐’를 놓고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길어지는 나의 변명에 비례해 그녀의 의심은 한없이 커져 갔다. 1년 전 그녀와 알콩달콩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어가던 시절엔 나도 이렇지 않았다. 매일 야근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잠잘 시간을 줄이고 새벽이슬을 맞아가며 다음날 코피가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 앞에선 건강하고 싱싱한 남자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정말 그랬었나 싶게 기억조차 까마득하다.

결국 냉전은 시작됐다. 하루, 이틀이 지나더니 방심한 사이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전화기는 썰렁했고 밤만 되면 어김없이 날아오던 ‘닭살 문자’도 뚝 끊겼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내심 신경이 쓰였다. 다시 초라한 싱글이 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기왕 백기를 먼저 들기로 한 마당에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단단히 토라져 있을 그녀를 떠올리니 전화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무심했다.

음식을 다루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단 한번도 그녀를 위해 요리를 선물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 퇴근길에 그녀를 찾아가 기분이 좋아지는 야식을 선물하자.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자연스럽게 화도 가라앉을지 몰라. 게다가 야심한 밤, 단 둘이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침한 척 나를 반겨 줄 그녀의 미소가 떠올라 괜히 마음까지 설렌다.

사랑 싸움에 시달리는 커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는 단연 초콜릿이다. 초콜릿은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고 원기를 찾아준다. 무엇보다도 초콜릿은 연인과의 낭만을 상징하나니 어떤 철의 여인이라도 녹아 내릴 밖에. 달콤 쌉싸래한 초콜릿 수프로 벌어진 사랑의 틈을 말끔히 채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급하다.

초콜릿 시나몬 수프 레서피

▲ 재료

다크 초콜릿 25g, 바나나 1개, 우유 150ml, 아몬드 1큰술, 계피 스틱 1개, 생크림 4큰술, 계피가루 약간

▲ 만드는 법

1. 다크 초콜릿은 볼(오목한 그릇)에 담아 뜨거운 물 위에 놓고 중탕해 녹인다.

2. 바나나는 껍질을 벗겨 아몬드와 우유 50ml를 넣고 믹서에 곱게 간다.

3. 1의 녹인 초콜릿과 우유 100ml, 계피 스틱을 넣고 중불에서 은근히 끓인다.

4. 3의 수프가 농도가 걸쭉해지면 그릇에 담아 생크림을 올린 후 계피가루와 견과류를 위에 뿌려낸다.

글ㆍ사진 박용일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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