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건강 - "건망증도 병" 병원 찾아서 치매 예방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건강 - "건망증도 병" 병원 찾아서 치매 예방을

입력
2007.05.24 23:31
0 0

L(68)씨는 은퇴 후부터 물건을 잃어버리는 실수가 잦고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건망증이 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치매 가족력이 있던 L씨는 급기야 손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자 큰 맘을 먹고 병원에서 치매검사를 받았다. 인지검사, 신경심리검사, MRI 등을 거쳐 받은 L씨의 진단명은 경도인지장애. 그는 2년째 약물치료와 더불어 여러 치매 예방요법을 병행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치매의 전조가 건망증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억력 감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병원방문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매의 전조로 나타나는 건망증은 단순한 기억력 감퇴가 아니다. 경도인지장애라 불리는, 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병’ 이다.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단순한 기억력 감퇴로 판단하면 치매의 공포가 현실이 되는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23일 강동성심병원에 따르면 2005년 10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이 병원 치매예방센터를 찾은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각종 검사를 해본 결과 이중 33%인 15명이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진단 받았다.

이는 자신이 치매라고 판단해 병원을 찾은 이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은 자칫 치매로 병이 진행하는 불운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운 좋은 케이스이다.

경도인지장애(MCIㆍMild Cognitive Impairment)는 치매에 비하면 판단력, 지각, 추리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이 대부분 정상이지만 단순한 건망증에 비해선 더 자주 무언가를 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실제로 관찰해보면 식사하기, 목욕하기, 계단 오르기에는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장기기억이 아닌 단기기억력, 즉 최근의 일이나 사건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이전까지 숙달되어있던 일을 능숙히 다루지 못하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이 볼 때 그다지 건망증과 구분되지 않는 이러한 경도인지장애의 특성 때문에 신체가 보내는 치매 발병 신호를 제때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연병길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아직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법은 없지만 치매치료제로 쓰이는 항치매약물을 일찍 처방해 치매로의 진행을 늦춰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건망증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도인지장애를 빨리 발견하면 그만큼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이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6년 안에 치매로 이행한 비율이 무려 80%에 달했다. 조기 진단으로 치매 전 단계를 발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