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힘들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는 부자입니다.”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강의실에는 요즘 닮은꼴 네 사람이 행복한 표정으로 나타난다. 올해 3학년에 편입, 동기동창이 된 대구 북구 고성동 송희근(53)씨와 부인 홍숙자(51)씨, 장남 성규씨와 차남 주현(21)씨 일가족이다.
이들이 대학 동기동창이 된 것은 2년여 전 주현씨가 대구의 한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송씨 부부는 뇌성마비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데다 시력까지 나빠 고교졸업 후 학업을 중단했던 장남 성규씨도 동생의 진학에 맞춰 대학 보낼 생각을 했다. 어머니 홍씨는 “처음에는 아들 둘만 보내려다 몸이 불편한 큰아들 옆에 항상 우리가 있어야 했고, 더 체계적인 사회복지 활동을 위해 온 가족이 서로 의지하며 배우기로 했다”며 가족동반 진학의 배경을 설명했다.
굳이 대구가톨릭대를 택한 것은 종전 대학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신청 학점은 모두 16학점. 물론 4명 모두 과목은 물론 수업시간까지 같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수업시작 1시간여 전에 온 가족이 집을 나선다. 아버지도 척추수술을 해 운전은 물론 형을 차에 태우고 강의실을 옮겨 다니는 일은 모두 주현씨 몫이다.
시력이 나쁜 성규씨를 위해 가족들이 돌아가며 책을 낭독해주고 강의 내용을 꼼꼼히 챙겨 집에 와서 다시 읽어 준다. 리포트 작성을 위한 자료수집 등은 그룹스터디식으로 할 수 있어 일반 학생들보다 오히려 능률적이기도 하다.
아버지 송씨는 “학교에서 특별장학금을 주는데다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남은 2년간 학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노인이나 장애인 복지단체, 시설에서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현씨는 “형편이 되면 시력이 나쁜 형이 편하게 쓸 수 있는 특수 컴퓨터를 장만해 주고 싶다”며 형제애를 나타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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