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글, 김종민 그림 / 사계절그림책으로 만든 '十牛圖' 마음 닦는 깨달음의 세계
‘세상에 나와 이로운 못 하나 박은 것 없다… 단 하나, 내것이었던 두통이여’ 1980년대 끝자락의 청춘들에 공명했던 시집 <잘 가라 내 청춘> 의 시인 이상희(47)는 몇 년 전 불쑥 원주로 갔다. 잘>
그림책을 쓰고 만들면서 “그림책이야말로 어른과 아이를 아우르는 예술품”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그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도서관을 꿈꿨다. 돈은 없고, 떠오른 아이디어는 버려진 버스를 활용하는 것.
그렇게 폐버스 안에 3,000권의 그림책을 갖춘 ‘패랭이꽃그림책버스’ 도서관은 2004년 5월 토지문학공원에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찾는 명소가 됐다.
지난해 말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왔던 ‘이 관장’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그가 예의 따스한 누이 같은 모습으로 건네준 책이 <소 찾는 아이> 였다. 이상희는 ‘십우도(十牛圖)’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
깨달음의 과정을 그린 선화(禪畵)인 십우도는 소를 찾는 심우(尋牛), 소의 자취를 보는 견적(見跡), 소를 발견하는 견우(見牛), 소를 얻는 득우(得牛), 소를 길들이는 목우(牧牛), 소를 타고 돌아오는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잊어버리는 망우재인(忘牛在人), 자신마저 잊는 인우구망(人牛俱忘), 맑고 깨끗한 본성으로 돌아가는 반본환원(返本還源), 깨달음을 베풀러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입전수수(入廛垂手) 10장면이다.
소 풀을 뜯기러 나왔다가 친구들과 물고기 잡느라 정신이 팔려 자신과 같은 이름의 소 ‘심우’를 잃어버린 아이 심우, 이상희가 전하는 깨달음의 세계는 맑고 평화롭다. 이 책은 어린이책으로는 최초로 지난해 ‘올해의 불서(佛書)’로 선정됐다. 오늘은 불기 2551년 부처님오신날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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