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던' 신데렐라의 핵심 반전(反轉)은 유리구두다. 17세기말 프랑스 작가 샤를 뻬로가 원전을 각색하면서, 털가죽(Vair)을 유리(Verre)로 착각해 유리구두 전설이 정착됐다는 게 정설이지만 어쨌든 신데렐라의 꿈을 실현시켜준 모멘텀은 유리구두다.
신데렐라의 꿈을 자극하는 불멸의 아이템인 유리가 명품의 소재로 되살아났다. 최근 의류 구두 생활용품 전자 등 성격이 다른 각종 업체들이 제품에 경쟁적으로 유리를 입히거나 박고 있는 것이다. '유리를 박으면 명품'이란 감성을 등에 엎고 펴는 일종의 명품 마케팅이자 신데렐라 마케팅이다.
크리스털유리로 치장한 제품은 원래 전시나 홍보용 샘플로 한정 제작됐지만 이제 당당히 실제 판매매장을 점령하고 있다. 소비 계층은 젊은 파티족(族)과 성공한 전문직 종사자, '골드미스&골드보이'(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패션에 열광하는 싱글족). 여기에 20대 멋쟁이까지 가세하고 있다. 관련상품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봇물을 이루고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얼마 전 신세계백화점 본관 매장 '블루핏'이 선보인 이탈리아 파조띠의 크리스털 우산 3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신세계 관계자는 "개당 55만원으로 일반 우산보다 100배 정도 비싸지만 40~50대 중년여성이 골프나 산책용으로 사갔다"며 "찾는 분이 많지만 수작업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겨우 5개를 더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우산의 표면과 손잡이 끝엔 30여 개의 크리스털이 박혀 있다.
크리스털로 장식한 유리넥타이는 올해 남성 패션의 중심이다. 지난달 중순 첫 등장한 유리넥타이(크리스털 2,000개)는 웬만한 양복 한 벌 값인 50만원이지만, 30~50대 전문직 남성에게 인기다.
덕분에 각 넥타이 브랜드의 유리넥타이 비중이 50~60%를 차지할 정도이고, 저가 상품(9만원 대)도 나와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도 "양복과 와이셔츠가 수수해지면서 넥타이가 화려해지는 경향이지만 국내의 유리넥타이 붐은 해외에서도 유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신데렐라가 원조인 유리구두는 발에 치일 정도로 흔하다. 예년에 비해 유리구두 종류가 50%이상 증가했고 매출도 25~30% 늘었다. 일반 구두보다 30~100% 비싸지만 20~30대 여성에겐 꼭 갖고 싶은 소장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전면을 크리스탈로 치장한 260만원짜리 여성용 가방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밖에 엉덩이 부분에 유리가 박힌 청바지, 어깨부분을 유리로 돋보이게 한 티셔츠, 앞부분을 유리로 덮은 모자도 나와있다.
생활가전과 생활용품 역시 유리 시대다. 크리스털을 촘촘히 박은 찻잔, 접시가 있는가 하면 이 달엔 크리스털 밥솥까지 나왔는데 프리미엄 이미지 때문에 혼수로 인기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원석으로 장식한 LG전자의 에어컨과 공기청정기(2007년형) 역시 7% 정도 비싸지만 전체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김봉수 신세계백화점 마케팅팀장은 "프리미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석 못지않은 크리스털을 내세운 고급화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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