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말 우리 국군의 첫 ‘디지털 부대’로 거듭난 중부전선 5군단의 핵심 전력은 전차도 미사일도, 훈련 잘 된 보병도 아니다. 정보망이다.
지휘소에 자리잡은 지휘관과 참모들은 대형 스크린과 노트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돼 오는 아군과 적군의 교전ㆍ이동 상황, 피해 정도, 화력을 눈 앞에서 직접 보듯이 파악한다.
무인항공기(UAV), 표적탐지레이더, 적진에 깊숙이 침투한 특수부대원들이 찍어서 실시간으로 보내온 화상과 자료를 종합해 작전을 지시한다. 정보를 수집하는 첨단 장비와 이를 지휘소에 보내는 초고속대용량 통신망 없이는 필패(必敗)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23일 순수 국산 와이브로(WiBro) 기술을 적용한 전술정보통신망(TICN)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TICN은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해 현재 육군에서 운용 중인 전술통신체계 스파이더(Spider)와 전투무선망을 대체해 군 통신을 고속, 대용량, 원거리, 무선중계 전송으로 발전시키는 사업이다. ‘네트워크 중심전’에 대비하는 디지털 군대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를 닦는 작업이다. 연구개발비만 1,300억원 안팎, 상용 단계까지는 총 3조원이 투입된다.
국방부는 최근 정책회의를 열어 ‘와이브로 적용 TICN 개발사업 추진 방안’을 심의, 국내 개발의 3.5세대 이동통신 기술 와이브로를 TICN 사업에 최대한 도입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방위사업청에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국방부는 지난해 2월 와이브로 적용 TICN 사업을 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추진키로 결정했으나 사업 주도 업체를 와이브로 기술 보유 민간업체로 할 것인지, 방산업체로 할 것인지를 두고 방사청과 이견이 있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사업자는 방위산업체와 와이브로 기술 보유 민간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서를 제출하면 심사해 결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와이브로 기술을 적용할 경우, 미래 네트워크 중심전에 대비한 광대역 전술 통신망 구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상용 기술이어서 개발 기간과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능 개선도 쉽다는 판단이다.
국방부는 전시작전권을 넘겨 받는 2012년까지 TICN 개발과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지만 올해 안에 사업자를 선정하더라도 체계 개발에만 3년, 시험평가에 1년 등 모두 4년이 걸린다. 여기에다 군이 요구하는 규격까지 맞추려면 1년이 더 걸릴 수도 있어 시간이 빠듯한 형편이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와이브로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와이브로는 현재 중저속 이동 중에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항공기나 고속 차량에서는 쓸 수 없다는 점, 접근점(AP)이 1㎞ 정도여서 군에서 요구하는 통달 거리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이다. 국방부는 향후 기술 개발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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