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 봄이 오기 시작했다.” 요즘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출판기념회장.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내빈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데만 약 10분이 걸렸다.
우리당 의원 몇 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손 전 지사의 손을 움켜 잡았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손학규’를 연호했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에 있을 땐 상상할 수 없던 풍경이다. 한나라당에서 주변인으로 박대받던 그가 두 달여 만에 범여권의 중심부로 완전히 진입한 것이다.
한 측근은 “탈당 전엔 의원 한 명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이제 만나지도 않은 사람들이 우리를 만났다고 소문을 내고 다닐 정도”라며 “특히 5ㆍ18 때 방문한 호남에서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범여권이 손 전 지사에게 뜨거운 애정을 보내는 이유는 그가 범여권에서 지지도 5%를 넘는 유일한 대선주자이기 때문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낙마한 뒤엔 몸값이 더욱 치솟았다.
최근 내일신문이 우리당 대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손 전 지사가 21%로 정동영 전 의장(18%), 이해찬 전 총리(11%)를 제쳤다. 23일 같은 신문 조사에선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꼽은 가장 이기기 힘든 범여권 주자’ 중 손 전 지사가 1위(33.6%)를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손 전 지사측은 꽤 고자세다. “복잡한 통합론에 발을 들이지 않고 제3지대에서 크게 세를 일으킨 뒤 범여권을 인수&합병(M&A)하겠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한 측근은 “6월 17일 출범하는 선진평화연대에 범여권 정치인 몇 명이 이름을 올릴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출범식장을 뒤덮을 386 넥타이 부대의 힘으로 범여권을 흡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의 견고한 조직력을 돌파하는 문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대한 범여권 핵심 지지층의 반감,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불쏘시개로 쓰이고 말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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