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는 그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참모진의 면면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후보의 이념과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정책이 전문 참모에 의해 입안 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정책 경쟁은 결국 후보를 보좌하는 정책 참모 간 경쟁이나 마찬가지다.
후보에 대한 판단이 긴가 민가 할 때는 그가 의존하고 그를 따르는 주변 인물군을 따지는 것이 좋고도 쉬운 방법이다. 노무현 정권의 갖가지 공과를 말하는 것 역시 나가고 들어 온 참모진의 면면을 평가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살피는 방법으로 미 언론이 주시하는 것도 정책단 구성이다. 가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자문 그룹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때의 정책인맥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화 정책의 신봉자로 여겨졌고, 따라서 힐러리의 국내외 경제 정책은 이 기조를 띨 것으로 예견된다.
민주당의 전통적 경제 철학이 노조로 대표되는 보호주의적 성향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민주당 내 힐러리의 이념적 좌표는 우파 쪽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이미지를 상쇄하는 것이 힐러리의 중요한 선거 전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 이에 비해 경쟁자인 배럭 오바머 상원의원의 정책 성향은 상대적으로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책 쟁점들에 대한 스스로의 발언이 매우 신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정책 보좌 그룹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서 내려지는 평가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현재의 의원 보좌관 그룹이라는 게 정설이고, 학계에선 30대 소장 학자들이 돕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오바머의 경제 정책은 막연히 '오바머노믹스'라고 불리는데, 여기에는 정책적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비아냥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
■ 한나라당이 어제 경선관리위원회와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 후보 선출 작업에 들어갔다. 그 첫 행사가 29일부터 시작되는 정책토론회라고 한다. 한 사람은 안보 쪽, 다른 한 사람은 경제 쪽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이는 이미지일 뿐 정책의 강ㆍ약점에 대해서는 참모 그룹을 뜯어봐야 진짜를 알 수 있다.
선거 때 정당 주변을 기웃거리는 대학교수들을 '폴리페서', 즉 '정치교수'라고 딱지를 붙여 비난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책교수'들은 전혀 다르다. 지금쯤은 각 주자들이 이들을 전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다 할 정책교수도 내세우지 못하는 후보라면 더 따질 것도 없고.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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