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가 재벌 3세와 결혼하기 위해 선택하는 직업처럼 인식되고 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22일 프레스센터에서 <아나운서, 그는 누구인가> 란 주제로 연 세미나의 발제자였던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김현주 교수가 한 말이다. 아나운서,>
이날 세미나에서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아나운서 영입, 언론에 의한 아나운서의 무분별한 사생활 노출사건 등으로 아나운서의 정체성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최근의 현실과 아나운서의 위기감, 아나운서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 가감 없이 펼쳐졌다.
김현주 교수는 “아나운서들이 시대적 흐름으로부터 점점 동떨어지고 있다. 기자의 영역과 연예인의 영역 사이에 놓여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취약하다”고 말했고, 전규찬 영상원 교수는 “현재의 아나운서들은 이미 하나의 균질한 직업군이 아니라 스타 연예인부터 정치가, 진보적인 지식인까지 모두 섞여있는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아나운서의 정체성을 흔드는 요즘의 현실에 대한 개탄도 터져 나왔다. 오미영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아나운서에 대한 흥미거리 위주의 기사들 때문에 아나운서 자체가 상업화, 연예인화 되고 있다” 며 “아나운서의 사생활을 기사화하는 언론매체들을 비판했다.
또 김현주 교수는 “자본력을 앞세운 거대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이 아나운서의 영역이었던 프로그램 진행까지 맡고, 기자와 PD들이 방송진행을 할 기회가 늘어나 아나운서의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나운서 자신들의 태도나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강성곤 KBS 아나운서는 “백화점의 입점업체들의 횡포에 대해 말하던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백화점 상품권 광고를 하니 아나운서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다”며 프리랜서 아나운서에 대해 직접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현실 비판과 별개로 아나운서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했다. 강성곤 아나운서는 “방송사 직원 채용시 PD와 기자, 아나운서를 모두 통합해 채용하고, 그 중 진행의 깊이가 있는 사람을 아나운서로 채용해야 한다”며 아나운서의 신뢰성 회복을 위한 제도적 변화를 주장했고, 김현주 교수는 ‘방송 커뮤니케이터’로서 아나운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나운서들이 전례 없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 문제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세미나는 아나운서에 대한 논의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나운서가 연예인처럼 거대 연예기획사로부터 스카우트를 제의 받는 스타가 되고, 대중과 언론매체가 아나운서의 사생활을 높은 관심을 가지는 현실에서 아나운서의 신뢰성 회복만으로 정체성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는 의문이다. 전규찬 교수는 "현재는 어떤 결론이나 논점을 말하기 보다는 아나운서 스스로가 처한 다양한 현실에 대한 자발적 공론화와 현실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