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광역자치단체가 의약분업 감독과정에서 모 의사가 한약을 처방 한 사실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위법성 여부를 질의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양ㆍ한방 분쟁 가능성 때문에 회신을 2년이나 미루다가 언론보도로 문제가 되자 1주일 만에 위법성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지자체에 조치를 지시했다.
정책부처가 깔끔하게 교통정리를 해줘야 할 사안을 말썽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덮어두고 있다가 들킨 사례로,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11월에 벌어진 일이다. 복지부가 2년간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복지부동(伏地不動)하고 있는 동안 감사원의 감사나 국회의 국정감사에선 직무 방기가 지적된 적이 없다.
그나마 기자들이 현장에서 공무원들과의 대면접촉이 어느 정도 가능했기에 내부로부터 귀띔을 받아 취재를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기자실 통폐합으로 기자들의 정부부처 접근이 차단되고 공무원과의 대면접촉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실시되면 정부정책과 공무원들의 직무에 대한 감시와 경보(警報) 기능이 현저히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알맹이 없는 질의응답이 오가는 브리핑만으로는 이 같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정부 부처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치부를 브리핑을 통해 자진 공개할 리는 만무하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 직원들이 현대자동차의 부당 내부거래를 조사하다가 상품권 등 금품을 받은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공정위는 조사내용을 전면 재점검했다.
공직사회에 대한 취재 통로가 막힐 경우 공무원 비위 및 처리과정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질 것은 불문가지다.
대부분 경제부처가 몰린 과천이 아닌 서초동에 떨어져 있는 기획예산처의 경우 기자실이 없어지고, 출입마저 통제된다면 취재 통로는 예산처 공무원들이 과천 청사에서 하는 브리핑뿐이다.
예산편성은 물론 최근 감사 외유 파문을 일으킨 공기업 298개를 감독하는 예산처가 업무를 올바로 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창구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이런 상태라면 공기업 감사들이 혁신 포럼을 명목으로 남미로 가 세계 3대 폭포인 이과수 폭포 관광을 일정에 포함시켜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과 같은 사건은 다시는 국민이 알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더욱이 이번에 폐지되는 일선 경찰서 기자실은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등을 감시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해를 입거나 불만을 가진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민원 창구 역할도 해왔다는 점에서 폐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참여정부가 지난 4년간 언론의 취재활동을 다각도로 제약하는 동안 공직사회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두드러지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김승현 한화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을 두 달여간 묵혀두고 있던 경찰의 소극적인 자세는 임기 말에 이른 참여정부에서도 여전한 공직사회의 난맥상을 드러낸 결정판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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