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국회를 찾아 당 복귀 신고를 했다. 그는 연신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기자들이 쏟아낸 질문도 모두 피했다. 이제 말 조심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유 의원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국회로 와 우리당 정세균 의장, 장영달 원내대표를 잇따라 만났다. 그는 정 의장이 “그동안 수고했다. 잘 도와 달라”고 하자 “제가 자꾸 끼면 오히려 안 좋은 것 같아 당분간 일산 집에서 참여정부 공과와 장관 시절 에피소드에 대한 책 쓰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또 “2ㆍ14 전당대회 결의도 있었으니 소명을 받은 지도부가 하는 일이 잘 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정 의장이 “예전에 했던 TV토론 쪽 일만 했어도 톱 클래스에 들었을 것 같다”고 농을 건네자 유 의원은 “그랬다면 해피하게 살았을 것 같은데 대통령님과 잘못 얽혀 이 분야에 오게 됐다”며 “사는 게 조금 고달프다”고 토로했다.
또 장 원내대표가 “많은 노력을 하지 않고도 잘 알려지는 재주가 있다”고 하자 그는 “악명 높은 것보다는 차라리 유명하지 않은 게 낫다”고 답했다. 이어 “신문을 봐도 내가 인간성이 못된 사람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당이 겸손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장 대표의 말에 그는 “조금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오만하고 나태하면 안 되지만 겸손과 비굴함이 혼동돼선 안 된다”고 똑 부러지게 답했다.
유 의원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나를 망나니로 만들어 놓고 망나니에게 당에 가서 일하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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