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린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제품이 있다. 바로 렉스마크의 흑백 레이저프린터 ‘E-120’이다. 분당 20페이지를 인쇄하는 이 제품은 서울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8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렉스마크라는 생소한 회사 이름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돌풍의 주역인 정영학(46) 렉스마크 사장은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렉스마크는 알고보면 프린터 업계의 숨은 강자다. 전세계에서 레이저 프린터의 핵심인 인쇄 엔진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4곳 뿐이다. 캐논 제록스 리코 그리고 렉스마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렉스마크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IBM 프린터 사업부에서 분사한 렉스마크는 그 동안 IBM 델 삼성전자 신도리코 레노버 등에 프린터를 공급했다. 정 사장은 “광고 모델로 나선 전지현을 유명하게 만든 삼성전자의 ‘마이젯’ 프린터도 렉스마크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렉스마크는 국내에서 프린터 솔루션 서비스인 프린트관리서비스(MPS) 확대를 통해 자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선다. 정 사장은 “MPS란 프린터가 필요한 기업에 기기 선택부터 업무환경에 맞는 인쇄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서비스 제공 등 모든 것을 제공하는 서비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무턱대고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잉크젯 프린터를 출시해 렉스마크 브랜드를 알릴 계획이다. 정 사장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 자체 상표의 잉크젯 프린터를 국내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린터 사업이 꾸준히 발전할 수 밖에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파피루스시절부터 수천년을 이어온 종이에 대한 사람들의 감성은 바뀌지 않는다”며 “특히 프린터는 기기보다 잉크와 토너라는 소모품 비즈니스이므로 장기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가 프린터 대여(렌탈) 사업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그는 “렌털 사업을 하려면 프린터 관리 솔루션이 필수”라며 “이를 통해 MPS 사업을 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잘돼야 프린터 시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프린터 렌탈 사업 참여는 반가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올해 유통망 변화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날 계획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을 유통망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통해 렉스마크가 더 이상 기기업체가 아닌 솔루션업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