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의 대 언론 브리핑 시스템을 대폭 축소하는 사실상의 취재통제 방안이 어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정부 중앙청사와 과천청사, 대전청사의 37개 브리핑 룸과 기사송고실을 청사별로 한 곳씩으로 통폐합하는 것이 골자다. 취재 기자의 업무공간 출입을 제한ㆍ방지하는 새 조치도 병행된다고 한다.
정부는 여기에다 '취재 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새 조치의 어느 대목이 선진적이라는 것인지, 뭐가 지원인지 뻔뻔한 견강부회다.
중앙청사의 경우 총리실 외교통상부 통일부 교육부 행정자치부 등 16개 기관이, 과천청사의 경우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10개 기관이 정해진 합동브리핑 룸에서만 언론을 상대하게 된다.
이들 기관은 한 곳 한 곳이 국가의 기간 정책을 다루는 중요 부처들이고, 관련 정책 정보들 하나 하나가 국민의 생활과 미래에 직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기관ㆍ분야 별 언론의 개별적 취재 창구는 기준도 원칙도 없이 단지 같은 청사라는 이유 하나로 뭉뚱그려 봉쇄되고 제약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공공 정보에 대한 언론의 접근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됐다. 노선과 이념을 떠나 모든 정파와 언론단체, 학계가 반대하는 이유다.
언론의 취재관행, 그리고 보도 내용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방식의 도입이지만 이를 두고 언론계와 건설적인 논의를 한 번도 거친 적이 없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낡은 취재 시스템을 선진적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라며 "언론 쪽에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취재시스템의 선진화는 정부가 강요할 일이 아니며, 언론의 걱정은 업무 불편 차원을 넘어 국민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근본적 문제에 관한 것이다.
정부의 일방적 조치는 민주주의의 필수 제도인 언론의 존재에 대한 모욕이자, 실정(失政)의 감시와 비판을 막으려는 정권의 뒤틀린 발상과 권력의 독재적 속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국가 정보는 전 국민 소유의 공공재이다. 정부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위임 받은 데 불과한 정권이 자기 입맛대로 주고 말고를 결정하고, 언론은 그대로만 따르라는 것은 독재와 다르지 않다.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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