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식당에선 전 세계의 진수성찬들을 모두 맛볼 수가 있다. 전문 카페테리아가 모두 11곳이나 된다. 채식주의자든 이슬람교도든 아무 문제없이 성찬을 즐길 수 있는 것.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모두 공짜다. 훌륭한 요리사들이 만드는 메뉴엔 한국 음식도 빠지지 않는다. 음료수나 신선한 과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스넥룸도 다 무료다.
건강과 체력을 다질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선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할 수 있다. 수영장 배구장 농구장도 있고 당구도 칠 수 있다. 마사지를 받거나 스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곳을 왕복하는 버스의 안락한 가죽 의자에선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도 있다. 직접 차를 몰고 오간다면 무료 세차와 엔진오일 교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곳은 과연 어디일까.
동남아나 인도양의 고품격 리조트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름아닌 미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 본사의 풍경이다. 요즘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회사라는 이유를 알 만하다.
실제로 구글엔 지난해 전세계에서 무려 47만명의 취업 지원자가 몰렸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2006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가치에선 664억3,400만달러를 기록, 1위에 올랐다. GE(618억8,000만달러)와 마이크로소프트(549억5,100만달러), 코카콜라(441억3,400만달러) 등을 모두 제치고 2005년 7위에서 단숨에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구글이 이처럼 단 기간에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엔 공공성이 강한 기업이념, 창의성과 혁신성을 강조하는 기업문화 등도 있겠지만 그 밑바탕엔 이러한 ‘감성 경영’(Emotional Management)이 자리잡고 있다.
임직원의 감성을 가장 중시하는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구글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형성됐고, 이러한 기업 문화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구글의 경쟁력을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 이제 감성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감성경영이 최근 재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상품보단 꿈을 팔고, 제품의 성능을 강조하기 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펴는 것과 함께 직원들을 위한 행복경영과 복리 후생 프로그램 등에 힘을 쏟는 기업들이 확산되고 있다. 승진이나 임직원 가족의 생일엔 직접 편지를 써 보내는 CEO가 있는가 하면, 출근할 때 회사 정문에서 직원들을 안아주는 CEO도 등장했다. 이젠 권위적인 CEO가 가고, 부드러운 CEO가 뜨는 시대다.
감성경영은 왜 주목 받게 된 것일까. 사실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감성경영은 오히려 CEO가 피해야 할 덕목으로 여겨졌다. 원가와 비용을 줄여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경쟁력의 척도였던 상황에서, CEO에게 요구되는 것은 따뜻한 심장이 아니라 냉철한 머리와 구조조정의 칼이었다. 성장성 없는 사업은 가차없이 매각하고 이익률이 확보될 때까지 임직원을 해고해야 했던 것. 감성 보단 이성 논리 계산 등이 앞서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것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게 된 시대가 됐다. 기업의 사업 및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이성이나 논리만으로는 사업과 조직을 이끄는 게 힘들어진 것. IBM의 최고경영자인 사무엘 팔미사노는 최근 “170개국, 70개 제품, 12새 소비자 섹터를 보유한 매트릭스 조직을 지시 및 명령에 의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상상력이 중요해지면서 감성이 이성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갖게 된 것도 또 하나의 배경이다. 기술이 범용화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이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
이러한 임직원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북돋기 위해선 억압적이거나 틀에 꽉 짜여진 경영으론 어림없다. 임직원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감성경영만한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사실 인간은 20%의 이성과 80%의 감성으로 살아 간다고 하지 않나.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ㆍ이성의 인간)이기도 하지만 호모 루덴스(Homo Ludensㆍ유희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회성의 설익은 감성경영으로 무늬만 흉내내선 안 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종업원을 더 잘 부려먹기 위한 고도의 제스처에 머물거나 전시성 행사에 그칠 경우, 오히려 임직원 신뢰를 한 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
김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내적인 동기 부여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감성경영이 확산될 수 밖에 없을 것”며 “무엇보다 CEO가 의지를 갖고 10년 이상 일관되게 감성 경영을 실천, 하나의 기업 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 감성경영(Emotional Management)이란
고객이나 직원의 감성에 그들이 좋아하는 자극이나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기업 및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경영방식.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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