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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 홀릭] '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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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 홀릭] '히트'

입력
2007.05.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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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부작이 아니라 8부작이라면 어땠을까. 22일 종영한 MBC <히트> 는 한국식 수사드라마를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 지 여실히 보여줬다.

<히트> 는 '한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수사드라마였다. 첫 사랑을 연쇄 살인범에게 잃은 여형사 차수경(고현정), 어린시절 부모에 대한 상처로 고통 받는 검사 김재윤(하정우), 딸과의 불화로 고민하는 퇴직 직전의 형사 장용하(최일하)등 경찰청 강력수사팀 '히트'의 팀원들은 '사연 많은' 우리 주변사람들의 모습과 흡사했고, 여기에 오합지졸이던 팀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전개나 차수경과 김재윤의 사랑이야기 역시 한국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다.

반면 연쇄살인사건과 마약밀매 등 다양한 사건들을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구성방식은 한국 미니시리즈보다는 같은 미드(미국드라마)에 가깝다. <히트> 는 여기서 한국적 캐릭터의 문제를 미국식 에피소드로 '해결'하는 우를 범했다. 사건을 해결되면 사건과 관련된 캐릭터의 고민까지 해결한 것이다.

연쇄살인범이 붙잡히면 차수경의 고민이 끝나고, 마약밀매 사건이 해결되면서 장용화와 딸의 관계도 원만해진다. 차수경과 김재윤의 사랑도 마치 특정 사건처럼 한꺼번에 다뤄지고, 그들은 이내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히트> 는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의 매력이 사라진다. 사건이 해결될수록 캐릭터의 문제도 해결돼 더 이상 캐릭터가 갈등하고 고민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후반의 연쇄 살인범 사건에 이르면 사건 당사자인 차수경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주변인'에 머무른다. 이미 갈등이 사라진 캐릭터들이 차수경의 이야기에 끼어 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비중 있는 역할로 소개됐던 김영두(김정민)와 정인희(윤지민)은 히트팀에 잠시 얼굴만 비추는 정도가 되고, 김재윤마저 차수경을 지원하는 것 외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다.

만약 <히트> 가 지금보다 더 짧은 분량으로 연쇄살인사건만 다뤘다면 결과는 더 좋지 않았을까. 연쇄살인사건이 차수경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며 계속 긴장감을 유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캐릭터와의 갈등을 계속 이어갔다면 <히트> 는 더 긴장감 있게 작품을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히트> 가 다소 기대에 못 미친 결과를 거둔 것은 제작진의 역량부족 이전에 새롭게 시도하는 장르드라마의 내용에 걸 맞는 유연한 형식이 뒷받침 되지 못한 채, 20부작 미니시리즈에서 한국과 미국 수사드라마의 장점만을 녹여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결과는 아닐까.

강명석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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