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힘인가.
LG전자 구미 TV공장은 몇 개월전부터 작업방식을 변화시켜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컨베이너벨트가 움직이다가 조립구간에서 10여초간 멈추면 근로자가 작업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 컨베이너벨트를 계속 흘러가게 하고 작업자도 따라가며 조립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 이른바 '흘림 방식'을 채택하자, 2~3개월 사이에 생산성이 40%나 증가했다.
이런 변화의 출발은 남용 부회장이다. "지금도 낭비되는 요소를 절반은 더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올 초 LG전자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남 부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후 5개월만에 가진 첫 언론 간담회였다.
남 부회장은 지난 5개월간 도요타 방식을 벤치마킹해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직원들의 업무를 재배치하는 등 생산성 향상에 몰두했다. 도요타 방식이란 철저한 낭비제거와 함께 적시생산체제(Just In Time)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알려져 있는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방식.
남 부회장은 "한국내 공장의 생산비가 중국, 베트남, 인도에 비해 10배 정도 비싸다"며 "1인당 생산성을 2년 안에 3배 이상 올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가령 제품 1개 만는데 14초 걸리는 라인이 있다면 이것을 3분의 1로 줄이거나, 작업공정을 부품단위에서 모듈단위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남 부회장이 LG전자에 몰고 온 변화는 단순히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취임하자마자 전세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어 취임사를 하는가 하면, 보고서를 A4용지 한 장에 압축토록 하는 간결한 업무스타일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300여명이 넘는 본사 직원들의 일선 배치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가하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간부들을 상대로 고객 가치 제일주의 경영철학을 역설하고, 전 세계를 10개 시장으로 나눠 지역별로 찾아 고객과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남 부회장 취임 이후 조직 전체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2010년 '글로벌 톱 3' 진입 목표도 제시했다. 휴대폰은 모토로라를 따라잡고, TV부문은 현재보다 2배, 가전부문은 2~3배 이상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숙제를 받아 든 직원들도 전투의식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LG전자는 1분기에 1,700억원의 흑자 전환을 이뤄냈고, 2분기에도 대부분 사업부문에서 확실한 실적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구본무 회장과 함께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던 남 부회장은 "도요타의 구체적 테크닉을 배울 생각은 없지만 LG전자도 직원 개개인이 일 잘하는 지혜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 'LG WAY(방식)'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CEO 영입계획도 밝혔다.
한편 남 부회장은 PDP부문의 구조조정과 관련, "구미공장의 A1라인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구조조정은 마무리 됐다"며 "A2라인과 A3라인은 용량을 최대한 가동해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DP부문과 LCD부문을 분사가 아닌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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