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제109회 입단 대회를 통과한 두 명의 새내기 프로들이 한국기원 4층 기사실에서 입단 인터뷰를 하고 있을 즈음 최근 4개월간 연구생 리그에서 연속 1위를 차지, '입단 0순위' 후보로 지목됐던 김현찬(19)은 경기도 일산 차수권바둑도장에서 홀로 아픈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김현찬은 지난 3월 연구생 내신 선발에서 4개월 연속 1조 리그 1위를 하고서도 종합 점수 6점 차이로 탈락, 화제가 됐던 불운의 프로 지망생이다. 게다가 나이 제한까지 걸려 지난달부터 연구생에서 퇴출당하는 이중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이번 입단 대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그마저 수포로 돌아 간 것. 이제부터는 '야인'으로 돌아가 다시 입단 기회를 노려야 한다.
그러나 '재야'에서 입단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연구생 시절보다 긴장감이 떨어지고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기 어려워 '실전 무예'를 연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단 연구생을 떠난 아마 강자들은 정규 입단 대회보다는 오히려 세계 아마 대회에서 우승한다든가 해서 우회 입단 경로를 찾는 게 보다 현실적이다.
사실 김현찬과 같은 경우는 한국기원 연구생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한국기원이 1년에 뽑는 프로기사 숫자는 남자 7명, 여자 2명. 국내 프로기사가 200여명 가량인 것을 생각하면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현재 훌륭한 기량을 갖춘 인재들의 적체 현상이 너무 심하다는 것.
한국기원 소속 연구생 120명 가운데 최소한 30여명은 지금 당장 프로로 뛰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라는 평가다.
그러나 입단 문호가 좁다 보니 순서를 기다리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결국 나이 제한에 걸려 연구생 문을 나서게 되고 한 번 떠나면 다시 그 길로 돌아가기가 무척 어렵다. 현재 상태라면 해마다 10여명 정도의 프로급 강자가 입단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개인적으로는 10여년 이상 쌓아온 노력이 허사가 되고 바둑계로서도 장래성 있는 인재를 놓치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초단 돌풍의 주역 한상훈도 1988년생으로 작년 12월에 막차로 입단하지 못했으면 역시 올해 나이 제한에 걸려 연구생에서 퇴출당하는 운명을 맞았을 것이다.
지난 1986년 이창호가 11세에 입단하면서 시작된 연구생 입단 제도는 다소 실력이 약하더라도 장래성 있는 유망주를 프로로 빨리 키우자는 취지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실력을 갖춘 인재를 떠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앞길이 창창한 10대 유망주들이 근거도 확실치 않은 나이 제한에 걸려 프로의 꿈을 사실상 접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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