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부는 운동량이 정말 엄청난데 버티는 걸 보면 대견해요.”(오상은)
“애 아버지가 어떻게 그렇게 힘든 훈련을 잘 소화하죠?”(김경아)
대표팀의 ‘큰형님’과 ‘왕언니’가 의기 투합한 자리여서일까. 인터뷰에서도 관록이 배어 나왔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리고 있는 제49회 세계개인탁구선수권 대회에서 남녀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오상은(30ㆍKT&G)과 김경아(30ㆍ대한항공)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세계선수권이기에 각오 또한 남달랐다.
77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서른 줄을 넘은 노장이다. 두 가지 스트레스가 똑같이 따라다닌다. 하나는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의 경쟁에 시달리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표팀의 최고참으로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점. 김경아의 넋두리에서 이런 고민은 잘 묻어난다.
“한 마디로 ‘버티기’죠. 힘있고 체력 좋은 후배들이 밀고 올라오는데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속된 말로 ‘구력’ 때문이라고 봐요”라며 웃음 짓는다. 오상은도 마찬가지다.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보니까 오히려 후배들 눈치를 더 보게 되요. 조금이라도 훈련할 때 흐트러진 모습 보이면 안되잖아요”
오상은과 김경아는 모두 이번이 마지막 세계선수권이 될 수 있다. 나이 서른이 넘어가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오상은은 “운동이 좋아서 즐긴다는 맘으로 하지만 젊었을 때만큼 체력이 받쳐주질 않네요”라고 하자 김경아가 “아직 까진 국제 대회 성적이 제가 가장 좋지만 국내 선발전은 후배들을 이긴다고 장담할 수가 없죠”라고 장단을 맞췄다. 베이징올림픽에 뛸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글쎄요…”라며 슬그머니 말꼬리를 내렸다.
둘 모두 이번 대회 복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상은은 이정우(23ㆍ농심삼다수)와 함께 수 차례 투어 대회 우승을 맛본 만큼 내친 김에 세계 정상을 넘보고 있고, 김경아 역시 후배 박미영(26ㆍ삼성생명)과 복식 결승 진출이 목표다.
선수 생활의 피날레를 향해 가고 있는 두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자그레브(크로아티아)=김기범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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