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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5대 규제를 깨라] <2> 경제력에 맞게 인력규제도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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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5대 규제를 깨라] <2> 경제력에 맞게 인력규제도 낮춰야

입력
2007.05.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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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달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가 해고 통보를 받고 자살했다. 아파트 경비직이 올해부터 최저임금법 대상으로 분류돼 최소 월 103만원 이상을 줘야 하게 되자 관리사무소가 10여명의 경비원 중 A씨를 포함한 3명을 해고한 것이다. 법개정으로 올해 해고된 아파트 경비원은 수 천명에 달한다.

#2. 대기업 B사의 생산직 근로자인 C씨는 잔업이나 초과 근무를 하는 게 즐겁다. 근로기준법 56조에 따라 연장근로 임금이 정규 근로시간 임금의 1.5배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총에 따르면 주요 국가 가운데 연장 근로수당을 두둑하게 주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일본과 독일은 정규 작업의 1.25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대기업을 괴롭히는 대표적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는 투명성 규제’라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한국의 거의 모든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인력 규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기업활동 전반에 대한 규제 수준은 조사대상 175개국 가운데 23위이지만, 고용ㆍ해고 등 인력과 관련된 규제는 110위로 중국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 부존자원이 적고, 땅이 협소해 믿을 건 인적자원 밖에 없는 나라에서, 핵심 경쟁 요소에 대해 가장 심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강한 규제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고비용은 경쟁력 훼손을 초래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경직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때문에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최근 10년간 임금 상승률은 미국의 4배에 달한다. 1997년 수준을 100으로 할 경우 2005년 우리나라 임금은 192.1인 반면 미국은 122.9, 일본은 101.7에 불과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은 “절대 수준은 여전히 미국 일본에 비해 낮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까지 고려하면 임금 부문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아자동차 등은 회사가 적자 상태인데도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한다”며 “외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력ㆍ노동 정책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OECD 선진국은 1980년대 높은 실업률의 원인이 지나친 고용 보호때문이라는 인식 아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비용 구조를 심화하는 노동관련 규제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의 처우 개선 또는 여성 인력의 고용 증가를 명분으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대량 실직사태를 야기한 최저임금법처럼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안은 골프장 업주의 고용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총은 또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 고령자고용평등법, 모성보호 관련 3개법 등 최근 개정됐거나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법안들이 선진국 문턱에 이른 한국의 경제력을 뛰어넘는 혜택을 보장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육아휴직 기간을 13개월로 연장하고, 육아휴직 중에도 평균 임금의 40%를 지급하는 등 미국 영국 호주도 도입하지 못한 제도가 시행될 경우 향후 5년간 8,000억원 이상의 고용보험 부담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노동관련 조항 중 상당수가 정규 근로자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보호를 하고 있다”며 “현행 규제가 한국의 경제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낮춰져도 기업 경쟁력이 강화돼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 선진국은 어떤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약화하고 있는 반면, 주요 선진국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 회복을 위해 근로자와 노동조합에 부여했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독일이다. 독일은 2003년까지만 해도 우리가 본받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反面敎師)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유럽 경제의 희망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월 1.8%였던 독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요즘 독일 경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독일 경제 부활의 원인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회복이다. 독일 정부는 ‘유럽의 문제아’로 전락한 2003년부터 강력한 노동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독일 정부는 기업이 임의로 해고할 수 있는 ‘신규 채용자’의 수습 기간을 6개월에서 24개월로 늘렸다. 또 연금이나 공적보험 등 임금 외에 종업원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임금의 40% 이하로 감축했다. 또 정부의 고용알선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실업급여 수혜기간을 축소하고 2006년 2월부터는 취업기피 등 실직자의 구직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독일 전역에서 노사가 추가 임금지급이 없는 근무시간 연장에 합의하는 사례가 확산됐고, 노동비용 하락은 실업률 하락과 내수기반의 확대로 이어졌다. 노동 부문의 개혁이 독일 경제가 악순화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진입토록 하는데 결정적 고리가 됐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과 프랑스에서도 감지된다. 일본은 2003년부터 제조업 생산공정에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정하는 등 노동시장 관련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 역시 지난해 최초 고용계약 입법이 좌절되는 등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최고 5년까지 인정하고 있다.

■ 기업들은 무엇을 원하나

인력ㆍ노사부문의 규제가 가장 강한 만큼 애로사항을 고쳐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도 다양하다. 노사관계 부문에서는 강력해진 파업권에 비례해 사용자의 정당한 경영권을 인정해 달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또 개별 근로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일본이나 미국 유럽 선진국 수준의 유연성을 허용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노사관계 부문의 핵심 요구는 노동조합이 파업할 경우 사측의 방어권 차원에서 대체인력 고용을 허용해 달라는 것. 최근 사측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일이 빈번한 것은, 대체고용이 금지돼 노사간 협상력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특히 부당 노동행위에 의한 파업을 제외한 대부분 파업에서 사측의 대체고용을 허용하고, 파업이 마무리된 뒤에도 대체 인력의 항구적 고용이 가능토록 하고 있는 미국식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2년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의 완화도 재계의 단골 요구 사항이다. 이 규정 때문에 최소 2년마다 노사가 한 번 이상은 협상을 할 수밖에 없어 노사간 갈등과 출동이 빈발하며, 잦은 교섭으로 관련 비용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개별 근로관련 조항에서는 ▦연장 근로수당 할증률 인하(할증률 50%를 25%로) ▦변형근로제에 대한 근로자 동의요건 완화 ▦파견근로자 규정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광주공장 등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생산공정에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는 등 파견근로자 규정의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제조업체 생산라인 업무의 대부분이 숙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 반복 업무인데도, 파견근로 업종에서 제외돼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에대해 기존 근로자의 일자리 보호와 노동권 보호 차원에서 파견근로 범위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계는 “근로자 파견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근로자는 손쉽게 취업을 할 수가 있게 돼 결과적으로는 실업률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재반박하고 있다.

H그룹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재계는 근로자 파견제를 ‘원칙 금지-예외 허용’(포지티브 방식)에서 ‘원칙 허용-예외 금지’(네거티브 방식)로 바꾸는 데 합의했으나,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아쉬워 했다.

재계에 확산되고 있는 탄력근무제와 관련한 규제의 완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회사가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를 개별 근로자의 동의만으로도 가능하게 해 달라는 게 기업들의 요구다.

이밖에 현대ㆍ기아자동차와 GM대우 등 자동차 업체들은 근골격계 질환 등 산업 안전ㆍ보건분야의 비현실적이고 획일적인 규제의 완화를 희망하고 있다. 롯데, 한화 등 호텔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기업 집단은 외국인을 관광호텔 직원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건의를 수시로 정부에 제기하고 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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