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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높이 낮춘 'EU 헌법'/ 메르켈, 27개국 전문가들과 조약 수준 초안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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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높이 낮춘 'EU 헌법'/ 메르켈, 27개국 전문가들과 조약 수준 초안 협상

입력
2007.05.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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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유럽합중국’에 대한 야망을 버리고 눈높이를 낮췄다.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부결돼 사장될 위기에 처한 EU 헌법이 ‘헌법’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버리고 ‘개정 조약’의 조촐한 형태로 부활할 전망이다.

EU 순회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궁지에 몰린 EU 헌법 논의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27개 회원국의 헌법 전문가들을 베를린으로 불러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협상에 정통한 한 외교관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헌법이라는 개념을 폐기하고 현재의 EU 조약을 개정하는 수준의 초안을 마련, 다음달 21,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게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EU의 법적 지위를 회원국 각국의 주권보다 상위에 둠으로써 유럽합중국을 실현하고자 했던 EU 헌법 초안은 EU에 외교, 안보, 사법 문제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조항과 기본권 헌장, 인구비례에 따른 공정한 투표 규정 등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18개 회원국이 이를 비준한 데 반해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들은 EU의 급속한 팽창과 세계화에 반대하며 2005년 국민투표에서 이를 부결시켰다. 만장일치로 승인 받지 못한 헌법 초안은 이후 개점휴업상태다.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이번 막후 협상은 네덜란드와 영국, 폴란드의 압력으로 유럽 국민에게 초국가를 연상시키는 EU 국가와 EU 국기 같은 상징물들을 폐기한 채 진행되고 있다. 헌법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EU 외교정책 대표를 EU 외무장관으로 바꿔 신설하거나 EU를 국제법의 지배를 받는 합법적 정체(政體)로 만드는 조항, 노동자들에게 강화된 파업권을 부여하는 초안의 조항들도 이번 협상에서 살아 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각국 의회가 초안 개정안을 2008년까지 비준, 2009년부터 법안이 발효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청사진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EU 헌법을 비준한 이탈리아 등은 헌법 초안을 가능한 한 최대로 유지하길 원하고 있고, 니콜라 사르코지 신임 프랑스 대통령은 ‘미니 조약’ 수준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초안에 있던 이중다수결제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길 원하고 있어 체코나 폴란드 등의 반발이 우려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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