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외형이나 수익성 등은 몰라보게 좋아졌지만 회생 과정에 87조원의 혈세가 투입됐는데도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오히려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연관표로 분석한 금융산업의 구조 및 경제기여도 변화'에 따르면 1995년과 2000년 그리고 올해 발표된 2003년 기준 산업연관표를 분석한 결과, 전체산업의 총산출액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3.8%에서 2003년 4.3%로 상승했다. 이중 은행의 산출액 비중은 1.3%에서 1.5%로 높아졌다.
특히 은행권 총자산은 95년 450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356조5,000억원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전체 산업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의 비중도 95년 6.1%에서 2003년 7.0%로 높아졌고, 이중 은행은 2.1%에서 2.8%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같은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을 유발하거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는 오히려 외환위기 이전보다 크게 하락했다.
다른 산업에 대한 은행의 생산유발 효과를 알 수 있는 생산유발계수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의 감량 경영에 따라 95년 1.458에서 2003년 1.324로 뒷걸음질쳤다.
은행 서비스가 다른 산업의 생산을 지원하는 효과를 보여주는 중간수요율 역시 95년 90%에 달했지만 2003년 71.4%까지 급락했다. 이는 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서 산업부문 대출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 생산이 다른 산업의 생산에 미치는 영향인 금융업 후방연쇄효과도 0.821에서 0.790으로 하락했다. 이중 은행이 0.790에서 0.703으로 급감하면서 전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한마디로 국가경제와 은행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효과도 큰 폭으로 후퇴했다. 은행 서비스가 10억원 늘어날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수는 95년 21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줄었고, 산출액 10억원당 취업자수는 15.1명에서 8명으로 반감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신현열 과장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안정적인 주택담보 가계대출에 주력하고 인력과 각종 영업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윤을 축적하면서 건정성은 크게 향상됐으나,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크게 후퇴했다"며 "앞으로는 늘어난 이윤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고급인력을 고용해 첨단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해외진출 등을 통해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해야 은행의 사회기여도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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