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서구 자본주의 세계의 3대 통신사로 꼽히는 영국 로이터, 미국 AP, 프랑스 AFP의 연혁은 모두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출생 배경과 성장 과정이 적잖이 달랐다.
이 중에서도 설립자 이름을 따 1851년 출범한 로이터는 156년 동안 수많은 영욕을 겪으면서도 명성과 품격을 지켜온 권위에서 선두주자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경제ㆍ금융뉴스 쪽에선 독보적 입지를 구축해왔다. 최근 이 로이터가 캐나다의 금융정보 미디어그룹에 팔린다는 뉴스가 나왔다. 올해 미디어업계 10대 뉴스의 상단을 예약해 놓은 놀라운 사건이다.
▦ 72년 역사의 톰슨 코퍼레이션이 172억 달러를 들여 로이터를 인수하는 까닭은 디지털 미디어환경에 적응하면서 500억 달러에 이르는 금융정보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합병법인'톰슨-로이터'가 출범하면 세계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34%로 늘어나 33%인 블룸버그를 제치게 된다. 두 회사의 주주들이 모두 이 거래에 만족하는 이유다. 영ㆍ미 경쟁당국의 심의를 과제로 남겨두고 있으나"과거의 지역과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미디어기업은 향후 생존을 보장받기 힘든다"는 합병 주역의 말은 산업화한 언론의 미래를 실감케 한다.
▦ 비슷한 시기에 호주의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125년 전통의 미국 다우존스를 살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4월 중순 주가보다 65% 더 얹은 인수제안 금액은 50억 달러.
창업자인 찰스 다우가 죽은 이후 밴크로프트 가문이 지배해온 다우존스는 1889년 창간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외에도 배런스, 마켓워치, 다우존스지수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머독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함께 세계 경제지 시장을 양분해온 WSJ의 컨텐츠를 자신이 가진 방송ㆍ신문ㆍ인터넷 인프라에 더하면 폭발적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판단을 끝낸 듯하다.
▦ 밴크로프트 가문이나 노조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머독의 선정적 상업주의적 경영철학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머독은 모회사인 뉴스코프 주식을 인수대금의 일부로 내놓고 편집의 독립성과 경영권의 공유를 보장하겠다는 서한을 보내는 등 러브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언론은 명예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자신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선 WSJ의 브랜드가 꼭 필요한 까닭이다. 세계 언론은 지각변동의 시기를 맞아 변신과 합종연횡을 거듭하는데, 한국에선 정부가'취재지원 선진화'라는 미명으로 언론의 취재권을 빼앗고 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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