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영신과 윤영민, 고참 여자 기사 두 명이 한국기원 기전 사업팀을 ‘공식 방문’했다. 국내 여자 기사들 사이에서 큰 언니뻘인 그들의 방문 목적은 뜻밖에도 ‘빚 독촉’ 이었다.
작년 말 중국 대리시에서 열린 제1회 대리배 세계 대회에 출전했던 후배 여자 기사들이 아직까지도 중국 측으로부터 대국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대리배에는 박지은 김혜민 이다혜 김은선 등이 출전했는데 본선 대국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지급돼야 할 대국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
후배들을 대신, 언니들이 ‘해결사’로 나서는 것만은 아니었다. 중국 측은 원래 올 봄에 열기로 예정했던 결승전 일정도 아직 잡지 않는 등 중국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항의하는 뜻도 있었다.
사실 이번 대리배에서는 박지은과 김혜민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 한국의 우승은 이미 확정돼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측이 이에 불만을 품고, 대회 진행을 일부러 지연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그래서 나온다.
그 동안 국제 대회를 치르면서 중국 측이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에 중국이 주최했던 일월성배 한중 대항전은 무려 2년 동안에 걸쳐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원래 이 대회는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5명씩 출전, 5차전을 벌여 먼저 13승을 거두는 쪽이 우승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난 2005년 2월과 5월에 베이징과 서울을 오가며 4차전까지 치러 중국이 11승, 한국이 9승을 거두었는데 마지막 5차전을 앞두고 갑자기 대회가 중단된 채로 감감 무소식이다.
이 대회는 대국료가 따로 없이 우승 상금 70만위안(약 1억원), 준우승 30만위안(약 4,000만원)만 지급키로 되어 있어서 이대로 대회가 없어질 경우, 출전 선수들은 결국 ‘완전 무료 봉사’를 한 셈이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재작년 TV아시아 대회 때 준우승을 해놓고도 거의 1년이 다 가도록 상금을 받지 못하던 조한승 건은 다음 기 대회가 열릴 때가 돼서야 겨우 처리가 되는 실정. “받을 것은 ‘칼 같이’ 받아 가면서도, 줄 것은 계속 미적거리는 경우가 잦다”는 실무자의 하소연이 딱할 정도다.
한국기원은 이와 관련, 수 차례 중국기원에 항의하고 대회 속개를 비롯한 원만한 해결을 요구했지만 그다지 만족할 만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마지막 수단으로 1개월 안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 없을 경우,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기전에 출전하는 중국 선수들의 대국료를 상계 처리하겠다는 ‘최후 통첩’까지 보냈다는데, 과연 어떻게 처리될 지 관심을 모은다.
박영철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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