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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경제 유가에 불붙였다

입력
2007.05.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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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가 텍사스를 추월했다. 아시아 지역 휘발유 소비의 기준이 되고 있는 두바이유 가격이 북미 지역 대표 원유인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을 넘어 선 것. WTI에 비해 객관적 품질이 낮은 두바이유가 WTI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은 국제 유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 및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3.98달러로 WTI 평균 가격 63.85달러보다 높게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도 1~21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4.05달러로 WTI 평균 가격 63.10달러 보다 더 비싸다.

미국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동남부에서 생산되는 WTI는 미국석유협회(API)가 정한 API 비중 40도의 초경질유(33도 이상이면 경질유, 30도 미만은 중질유)로 유황 성분도 0.24%에 불과하다. 원유는 API 비중이 높고 유황 함유량이 적을 수록 정제 비용이 적게 들어 고급 유종으로 간주된다.

반면 두바이유는 API 비중이 31도에 불과하고, 유황 함유량도 2.04%나 되는 고유황 중질유다. 때문에 두바이유는 WTI에 비해 늘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실제로 2004년 10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37.99달러였던데 비해, WTI는 무려 53.24달러에 거래돼 간극이 15달러 이상 됐다.

그러나 지난해엔 WTI와 두바이유의 가격차가 5달러 내외로 감소했고, 올해들어 간극이 더 줄며 지난달엔 급기야 두바이유가 WTI보다 더 비싸진 것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이 경기 둔화에 시달리며 석유 소비도 위축되고 있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경기활황세가 이어지며 석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중국의 마이카 시대가 열리며 휘발유 소비도 급증하고 있어 두바이유가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구본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미국 일부 정유 공장들의 가동 중단 및 원유 저장 시설 부족으로 WTI의 재고가 늘면서 WTI가 제 값을 못 받는 가격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WTI 재고를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야 하나 파이프를 새로 건설하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여서 당분간 WTI의 약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두식 SK㈜ 석유RM팀장도 "미국 중부 지역으로 캐나다산 원유의 유입이 많아짐에 따라 재고가 쌓이며 WTI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적어도 2009년까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바이유가 강세를 보이며 대부분의 원유를 중동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국제적으로도 미 휘발유 재고는 최근 5년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가 나이지리아에서는 내전과 테러로 하루 80만~90배럴 이상의 생산차질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휘발유 소비가 가장 많은 여름 휴가철이 코앞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두바이유가가 올 여름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69달러 수준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절약, 세제 합리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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