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로 사라지는 마을을 화폭에 담는 이들이 있다.
목원대 동양화과 정황래(46) 교수와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가을부터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 스케치를 자주 나간다. 장소는 목원대 주변의 대전 서구 도안동과 원신흥동.
이 일대는 대전서남부택지개발지구에 포함돼 곧 마을이 사라지게 되는 곳이다. 정 교수는 “한옥과 하천, 산 등이 어우러진 이 동네는 동양화 스케치로도 훌륭한 소재이지만, 사라질 마을을 캔버스에 담는 것은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동아리인 목원한국화회는 이 같은 작업 결과를 가지고 최근 ‘학교 가는 길-도안동 풍경전’을 열어 호평을 얻었다. 전시된 24점의 작품은 택지개발로 철거가 되고 있는 마을의 풍광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성국(26ㆍ3학년)씨는 “개발에 불만이 있는 주민들에게 오해를 사 카메라를 빼앗기는 등 작업이 순조롭지 만은 않았다”며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주민들이 우리 그림에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원대는 조만간 서남부권을 소재로 한 교수와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교내에서 전시회를 열고 서남부권 주민들을 초청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줄 계획이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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