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경찰 간부가 폭행 현장에 동원됐던 조직폭력배와 여러 차례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보복 폭행 사건 늑장, 은폐 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청은 22일 남대문서 수사과장 강대원 경정과 이진영 강력2팀장이 폭행 현장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던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54)씨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난달 24일 이전과 이후 최소한 3차례 이상 만난 것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은 22일 “강 경정을 더 이상 수사 라인에 두는 것인 적절치 않다고 판단,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강 경정 조폭 오씨와 만나 무슨 얘기했나
경찰에 따르면 강 경정과 이 팀장은 4월초와 같은 달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등에서 오씨와 다른 조직폭력배를 만났다. 오씨는 사건 당일 한화그룹 김모(51) 비서실장의 연락을 받은 한화리조트 김모 감사의 부탁을 받고 대학로파 조직원 2명을 이끌고 청계산과 북창동 S클럽 폭행 현장에 동행한 인물이다. 오씨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27일 캐나다로 출국했다.
강 경정은 경찰 감찰 조사에서“지난달 초 오씨를 만나 사건 관련 정보를 들었고 13일 다시 만나 밥을 한 번 먹었을 뿐이다. 수사 정보를 얻는 차원이었지 사건 무마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남대문서는 3월28일 사건을 이첩 받은 뒤 언론 보도 이전까지 한달 여간 피해자 진술 조서만 받았고, 수사 내내 조폭 관련 사실을 부인해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강 경정이 오씨의 부탁을 받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는지, 오씨의 해외 도피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강 경정이 오씨 해외 도피 이틀 전인 4월25일 오씨와 만났다는 첩보도 입수,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오씨가 사건을 덮으려고 강 경정을 만난 것이 아니라 한화그룹이 주기로 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한화를 압박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만났다는 첩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이 이 사건이 표면화하기 전 경찰과 접촉해 사건을 무마하려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찰 고위층도 사전에 알았다
경찰은 남대문서 차원의 문제로 감찰 조사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이지만 경찰 고위 관계자의 사건 무마 의혹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택순 경찰청장도 지난달 29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행정자치부를 통해 강 경정 등의 부적절한 처신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 라인을 교체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강 경정이 오씨등과 접촉한 사실은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등에서도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강 경정이 한화 측과 부적절한 접촉을 가졌다는 정보가 들어와 경찰청에게 전했다”며 “당시 이 청장이 미국 출장 중이어서 경찰청 고위 관계자를 행자부로 불러 신속 정확한 수사와 감찰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이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달 28일 문재인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경찰에 진위 파악을 지시했다.
이는 경찰 고위층이 강 경정 등이 수사를 진행하기에 하자가 있음을 알고서도 그대로 수사를 맡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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